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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번 주 러시아에 대한 제3자 제재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제3자 제재는 제재 대상 국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방식이다. 제재 대상인 러시아 기업과 거래한다면 어떤 외국의 금융기관이든지 러시아 군산기지와 직접 협력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3자 제재 대상은 기존 약 1200개 기관에서 이번에 4500여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지원하지 않더라도 다른 이유로 이미 제재를 받은 거의 모든 러시아 법인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와 VTB 같은 은행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작년 12월 제3자 제재 이후 제3국의 은행들이 고위험의 러시아 고객들과 거래를 꺼리게 됐다며, 제재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러시아로 유입되는 전쟁 관련 수입품 흐름이 줄었고, 미국과 관련이 없는 은행들마저 국경 간 무역자금 조달이 위험해졌다고 FT는 전했다.
에밀리 킬크리스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무역 및 제재 전문가는 “제3자 제재는 미국과 법적 연관이 없는 행위자의 우회로를 추적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는 사실상 미국이 미국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제재를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번에 제3자 제재의 범위를 넓히면서 러시아와 거래하는 다른 국가의 금융 기관,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더욱 가까워진 중국에 위협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안보 수뇌부를 깜짝 교체해 안드레이 벨루소프 국방장관을 새로 임명했다. 국방비를 10조8000억루블(약 165조원)로 기록적으로 늘린 상황에서 경제학자 출신을 국방장관에 앉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국방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서방의 제재에 덜 취약하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또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 국빈 방문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양국 금융 부문 간의 유대 강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러시아와 거래할 소수 중국은행을 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금융 거래의 범위는 러시아가 요청한 것보다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에서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높다는 신호라고 FT는 분석했다.
킬크리스는 미국의 제3자 제재 확대와 관련해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한 중국 은행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강화한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는 실제로 그 중 하나를 제재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취재진에 “우리가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데 체계적 방식으로 관여한 중국 기업들이고, 금융기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 비용을 계속해서 높일 것이며 이번 주 영향력 있는 새로운 제재안과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해당 수출 금지 조치엔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기존의 수출규제는 미국산 제품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앞으로는 미국 내에서 제조되지 않았더라도 미국 브랜드 제품이면 제재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일본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 속 대러시아 제재의 강화를 예고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 국내 기업과 제3국 단체를 대상으로 신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