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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MB복심' 원세훈, 재상고 취하로 8년 재판 종지부

한광범 기자I 2021.11.08 14:44:49

실익없다 판단…'불법사찰·정치공작' 징역 9년 확정
8년 넘게 수사·재판 받아…도합 징역 14년 2월 복역
元 "국정원 특성 이해해야…檢, 정권수호기관 낙인"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에 국가정보원 예산을 사용하고 야권 인사들에 대한 불법사찰·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상고를 취하했다. 이번 상고취하로 8년 4개월의 재판을 마친 원 전 원장은 도합 징역 14년 2개월을 복역하게 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지난달 20일 대법원에 상고취하서를 취하해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7일 후인 9월 24일 재상고장을 제출한 지 26일 만이다. 이번 재상고 취하로 원 전 원장은 2013년 6월부터 시작된 오랜 형사재판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
당초 원 전 원장은 재상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을 한 번 더 받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결론이 대법원 판결에 충실했던 만큼 재상고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결국 취하를 결심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만큼 결론이 바뀌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文정부 적폐청산 주요 타깃…尹과 13년부터 악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주요 타깃이 된 원 전 원장은 2017년 10월 첫 추가기소를 시작으로 2018년 12월까지 9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공소장에 적시된 주요 혐의만 34개에 달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관련 소문의 실체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9억원에 가까운 국정원 예산을 사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을 받았다.

이밖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불법사찰(국정원법 위반) △권양숙 여사 불법사찰(국정원법 위반)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국고손실) △국가발전미래협의회을 통한 정치공작(국고손실·국정원법 위반) △이명박 전 대통령 10만 달러 교부(국고손실·뇌물공여) 등의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2년 4개월 간의 심리 끝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 △권양숙 여사 불법사찰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국발협 정치공작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등 15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 유죄 중 권양숙 여사 불법사찰 부분을 무죄로 판단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으로 양형을 변경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3월 일부 무죄 판단이 잘못됐다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심이 무죄로 판단한 △권양숙 여사 불법사찰 △박 전 시장 불법사찰 △야권 출신 지방자치단체장 국정운영 실태 문건(직권남용)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당 선거대책 마련(직권남용) △명진스님·배우 문성근씨 불법사찰(직권남용) 등 8개 혐의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지난 9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총 22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원 전 원장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국정원 범죄들은 반헌법적 성격”이라며 “원 전 원장 범행으로 다수 국정원 직원들이 범죄에 가담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됐음에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국가정보원
서울시 공무원 출신인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인연을 맺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2009년 2월 국정원장에 취임한 원 전 원장은 4년 간 국정원을 이끌며 각종 정치공작을 주도했다.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공작이 꼬리를 밟힌 것은 2012년 대선 직전 심리전단 소속 직원 김하영의 댓글 공작이 발각된 것이 계기였다.

◇댓글공작 징역 4년, 알선수재 징역 1년2월 확정

원 전 원장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조직적 댓글 공작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2013년 6월 처음 기소됐다. 당시 검찰의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전 검찰총장)는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및 검찰 수뇌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국정원법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도 함께 적용했다.

1심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원 전 원장은 2심에서 ‘선거운동의 방향성’이 인정되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만장일치로 2심 ‘선거운동’의 핵심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은 2017년 8월 2년 넘게 심리가 이뤄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며 다시 법정구속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그동안 감춰졌던 국정원 내부 문건 등이 새롭게 증거로 제출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판결은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는 댓글공작 기소 직후인 2013년 7월 별도의 개인비리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건설업자에게 청탁 대가로 1억 7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은 2016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2월이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적폐청산을 내걸었던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됐던 원 전 원장은 그동안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그는 2019년 12월 2심 결심공판에서 “부임 당시 국정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이명박정부가 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일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소 내용 상당수는 제 취임 전부터 이명박 정부의 기조 아래 진행되던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8월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도 “검찰은 국정원이 정권수호기관이라는 낙인 하에 모든 수사를 진행했다”며 “국정원이 불법과 합법의 아슬아슬한 선에서 일하는 정보기관이라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법원에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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