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CEO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위스콘신에서 ‘활동주의 판사들’(activist judges)에 반대하는 우리의 청원을 지지한 첫 번째 100만달러 수상자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다음 100만달러 수상자는 이틀 후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적었다.
머스크 CEO가 설립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퍼스트’가 지난주 청원서에 서명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100만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머스크 CEO는 지난해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경합주에서 같은 방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른바 ‘트럼프 복권’이다.
아메리카 퍼스트 팩은 이날 “그린베이 출신 스콧 A.가 첫 100만달러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하며 이틀 뒤 다음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는 머스크 CEO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이어 “(위스콘신에서) 더 많은 깜짝 발표가 있을테니 4월 1일까지 기다려달라”고 덧붙였다.
4월 1일은 위스콘신주 대법관을 선출하는 본 투표일이다. 26일 기준 34만 5000명 이상이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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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주 대법원은 현재 진보주의 성향의 판사 4명과 보수주의 성향의 판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 앤 월시 브래들리 판사가 7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은퇴를 선언하면서 그를 대신할 판사를 뽑기 위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판사 및 하버드대 법대 교수 출신인 수전 크로포드가, 공화당에선 주 법무장관을 지낸 브래드 쉬멜이 각각 입후보했다.
머스크 CEO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공화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했다.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대법원을 4대 3 보수 우위로 재편해 낙태권, 노동권, 선거구 획정 등 주요 현안을 트럼프 정부에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위스콘신주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정부효율부(DOGE)의 대규모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관련해 수많은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머스크 CEO가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테슬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위스콘신주에서 자사 차량을 판매하기 위한 딜러 허가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위스콘신주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자동차 제조업체가 직접 자동차 딜러까지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테슬라가 예외를 적용받을 자격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테슬라는 지난 1월 위스콘신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비영리연구소인 브레넌 정의센터에 따르면 이번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 투입된 금액은 8100만달러가 넘는다. 사법부 경쟁 사상 최고 금액으로, 2년 전 같은 주에서 세워진 종전 기록(5100만달러)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크로포드 후보 역시 2500만달러 이상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부 선거 후보로는 역대 최고액을 모금한 것으로,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 등이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크로포드 측은 테슬라가 현재 위스콘신주와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100만달러를 지불했다. 이는 부패하고 극단주의적일 뿐더러 위스콘신주와 사법부에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AP통신은 “머스크 CEO 측의 100만달러 지급과 관련한 법적 대응은 아직 취해지지 않았다”며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가 미국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인하기 위한 대리전이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