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선 최근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ASML이 맺은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양해각서(MOU) 체결에 대해 이같이 평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MOU 내용에 1조원이라는 투자 규모를 제외하고 구체적인 시기와 설립 장소, 주요 기대 효과를 여전히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여러 궁금증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ASML은 앞서 주요 고객사로 보는 TSMC가 있는 대만에 장비 재제조센터 등 공장 구축을 위해 1조2000억원 투자를 지난해 결정했다. 이와 비교해 이번 MOU가 그리 속도감 있는 협력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주 MOU 체결 직후 관련 질문에 “(R&D센터) 착공은 내년부터 한다”며 “센터를 만들면 국내에 들여오는 장비는 차세대 EUV가 될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다만 일종의 기술 이전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공동개발이라고만 답했다.
경계현 삼성전자(005930) 사장은 MOU 체결에 대해 삼성전자와 ASML 엔지니어들이 공동 연구소에서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NA EUV 장비기술을 공동 개발하게 되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이는 ASML과의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ASML에 따르면 R&D 센터와 장비 개발 신기술 사이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번 R&D 센터 설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업체의 ASML 매출 비중이 상당한 만큼 고객 서비스에 부합하는 협력으로 해석된다.
또 ASML의 한국지사 격인 ASML 코리아에 장비 및 설비개발 직무는 전무하며 향후 채용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네덜란드 본사를 포함한 유럽 지역에서 생산·개발 직무를 적극 채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실질적인 반도체 동맹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재제조센터, 트레이닝센터와 R&D센터 마련에 이어 첨단 EUV장비 기술 이전까지 이뤄내야 할 것이다. 슈퍼 ‘을(乙)’인 ASML을 움직이려면 정부와 기업 간 적극적인 협력 시도뿐 아니라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 초격차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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