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수헌기자] <소버린자산운용의 제임스 피터 사장과 edaily간 인터뷰는 두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번 기사에 이은 후속 기사다.>
-이번 주총에서 승부를 가를 핵심변수는 뭐라고 보나.
▲SK(003600)와 소버린, 어느쪽도 과반이 아닌 상황에서 이번 승부는 소액주주들이 결정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열심히 알리고 있다. 지분분포를 보면 외국인이 43%, SK측이 37%, 개인투자자가 20% 정도도 분석된다.
개인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하다. 따라서 주총 당일 투표율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투자신탁회사들은 아무래도 SK 경영진쪽에 투표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중 일부가 시장원칙을 이해해 준다면 우리를 지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SK(주)는 지난 11월 이사회에서 SK해운에 대한 1450억원 지원결정을 해놓고 연말에 가서 이중 800억원을 상각처리했다. 이것이 투자자와 주주가치를 창출하는 행위인가.
-외국인들이 이번 주총에서 대거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는가. 통상 외국인 펀드매니저들은 주총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는데.
▲SK건은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됐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에 많이 나설 것으로 본다. 그러나 투표율이 높을지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SK(주) 이사중 6명이 임기만료인데, 5명만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
▲`양`보다 `질`이라고 생각한다. 숫자가 중요하기보다는, 유능하면서 윤리적이고 현안을 잘 이해하는 이사, 그리고 자기입장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원칙에 따라 후보인선을 했다.
-피터 사장의 주장대로 지분구조가 SK측은 37%, 소버린은 15%다. 당장 22% 차이가 난다. 소액주주와 외국인 주주들이 주총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지 않으면 소버린이 이기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소액주주와 외국인들의 표심은 어느 한 방향이 아니라 소버린과 SK로 나뉠텐데, 그래도 주총 승리 가능성 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Of course).
-그 낙관하는 근거는.
▲국내외 주주와 논의해 본 결과, 다수가 우리를 이해했다. 우리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본다.
-SK의 적정가치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보나. 아직도 저평가 됐다면 본다면, SK가 독립적 이사회를 구성하고 독립경영에 나서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면 적정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질문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적정가치를 말하기 어렵다. SK(주)는 그동안 관계사에 대해 비상업적 기준으로 지원을 해왔기 때문에, 독립적 SK가 얼마만큼 이익을 창출할지 현재로선 측정이 어렵다.
-이번 주총에서 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임시주총을 시도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어떤 결정도 내리기 어렵다. 이번 주총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흑백처럼 구분할 수는 없다. 5명 모두, 또는 일부가 이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도 안 될 수도 있다. 주총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하긴 어렵다.
-22일 SK(주) 이사회가 열린다. 임기만료된 손길승 회장과 김창근 사장은 이사에서 퇴진할 것 같다. 황두열 부회장은 재선임 후보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21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질의한 내용임.)
▲지금으로서는 루머일 뿐이다. 그러나 만약 그런 경우라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단계라고 본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한 것 같은가.
▲중요한 문제다. 이번 주총은 `주주민주주의`를 실현할 기회다. 그동안 주주들은 스스로 주주로서 책임과 이해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주로서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경영진 선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한다.
-소버린이 추천한 조동성 교수가 최태원 회장과 사돈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조 교수 추천이유는 뭔가.
▲지난해 11월 조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최 회장과 사돈관계임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추천한 것은 석유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독립성과 유능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교수가 SK경영권 등과 관련해 한 발언을 알고 있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그 이후 조교수와 이야기 해 본 결과 그는 "많은 부분이 잘못 전달됐거나 전체 맥락에서 빠져 보도된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조교수 발언의 진의는 뭐였나.
▲그건 조 교수와 서로간 대화라 말하기 어렵다. 조 교수는 전체적으로는 청렴한 분이다. 기자가 직접 조교수를 만나보는게 좋겠다.
-참여연대가 최근에 내놓은 SK해결방안은 상당히 `현실적`이었다. 잘못된 경영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손길승, 김창근, 최태원 회장은 이사직에서 물러나되, SK그룹의 변화를 추진해 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한국적 경영관행 `현실`을 고려해 최 회장 경영권은 보장해 준다는 안인데, 왜 이를 거부했나.
▲장교수와의 대화내용은 서로 애초부터 공개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대화내용을 밝히긴 어려우니 이해해달라.
-소버린이 추천한 5명이 이사후보제안을 받아들인데 대해 놀랐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소버린의 이미지가 상당히 안좋은 상황에서 이들도 선뜻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텐데.
▲그들이 우리 제의를 수락한 이유는 우리가 가진 신념과 원칙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외투법 위반때문에 따른 검찰 수사 등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한국에서 시간을 많이 못 보내다보니 우리 입장을 좀 더 효과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적대적 M&A논쟁때문에 지금 싸움은 `외국인 대 한국인` 구도로 가는 것 같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SK에게 불리하지 않겠나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 투자에 대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전원 한국인 후보를 이사에 추천한 것이다. 한국문제에는 한국적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결정은 소액주주들이 한다. 우리가 소액주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선택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SK(주)가 SK네트웍스에 출자전환을 결정한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아직도 생각하나. 출자전환이 안되고 청산된다면 SK(주)의 매출채권이 휴지조각이 됐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출자전환이 현실적이지 않은가. SK해운 지원도 마찬가지인데.
▲SK(주)와 채권은행들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만난 어떤 애널리스트도 SK네트웍스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차라리 매출채권 상각하고, SK네트웍스 유산을 털어내고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또다시 SK네트웍스 문제가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외국인들은 투명경영과 주주중시경영을 말하지만 오로지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고배당 요구를 기업이익의 해외유출로 보는데.
▲우리는 SK(주)에 고배당을 요구한 적이 없다. 회사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지금 고배당을 한다면 이는 오히려 무책임한 행동이 될 것이다. 우리는 회사가 잠재력 만큼 성장하고 부채를 줄이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적절한 배당이 있을 것으로 본다.
-소버린이 거둔 주식평가차익에 대해 정서적 거부감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우리가 한 일은 다른 투자가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당시 SK(주) 주식이 상당히 저평가돼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우리 뿐 아니라 주가상승으로 최 회장을 포함해 SK그룹 계열사 등 다른 모든 주주들도 이익을 봤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질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투자다. 지금도 SK(주)는 저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버린은 정체를 감추고 있다고 지적이 있는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한국시장에 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웹사이트를 보면 한국어를 포함해 3개 국어로 여러가지 설명을 해 놓았다. 우리는 부채가 전혀 없고 현재 수십억달러 정도를 운용하고 있다. 내가 전문경영인이며 챈들러 형제는 고문역을 맡고 있다. 챈들러 형제는 소버린 외에 여러 기업들과도 이해관계가 있다. 우리의 웹사이트에 행동강령이 나와있다.
-소버린은 항상 투자사례를 들 때 러시아 가즈프롬만 얘기한다. 왜 그런가.
▲가즈프롬을 주로 언급하는 이유는 SK와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가즈프롬 경영진의 과거 자금유용 규모가 10억달러를 넘는다. 물론 가스프롬 외에 전세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기업 경영진과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투자기업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 사례로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소버린이 SK(주) 경영권을 장악한 뒤 기업을 쪼개 팔거나 자회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우리를 경영권과 결부시키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 15% 지분만으로 회사를 경영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 주주로서 이사를 추천할 권리를 갖고 있을 뿐이다. 우리 지분은 경영권과 관계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둔다.
-SK(주) 지분취득 과정에서 10%를 넘었을 때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산업자원부에 신고해야 하는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금융감독원에는 지분 5%, 10% 초과 때 보고해야 하는 두가지 의무가 있었는데, 이건 다 준수했다. 우리 법률고문이 이야기를 해줬다. 그런데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좀 불투명했다. 지난 98년 이후 개정했다고 한다. 98년 이전에는 외국인 10%이상 투자가 `승인사항`이었는데, 이후에는 `신고사항`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법 내용은 이렇게 바뀌었지만 페널티는 바뀌지 않았다. 감옥을 가거나 벌금형을 받은 것이 그대로 유지됐다. 법률고문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30개 외국기업이 제때 이 법에 따라 신고를 못했다고 한다. 검찰측은 우리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없고 지분변동사항은 이미 금감원 보고를 통해 시장에 알렸기 때문에 관용을 베푼 것으로 알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K(주)가 보유한 관계사 지분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건 SK그룹 경영체제의 해체와도 맥이 닿아있다. 한국기업의 성장배경에는 `오너경영`과 `재벌시스템`이 있었고, 이것이 외국기업에 비해 차별적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게 해준 요소라는 주장이 있다. 삼성전자도 이런 시스템 하에서 성장해 글로벌 기업이 됐는데, 어떻게 보나.
▲물론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지난 70~80년대에는 `재벌시스템`이 당시 개도국으로서 훌륭한 성장모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SK와 LG그룹 등의 경우를 보면 재벌시스템은 21세기에는 적합한 모델이 아닐수도 있다. 삼성과 SK의 차이는, 삼성이 제대로 된 경영을 통해 주주에게 수익을 안겨준 반면 SK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SK(주)가 관계사 지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지분구조조정은 전적으로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다. 가치창출에 도움되는 관계사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도움 안되는 지분이 있다면 왜 가지고 있는지 자문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룹체제와 관련해서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재벌의 일부가 아닌데도 독립경영으로 성공하고 있고, 주주에게 이익을 주는 기업도 많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