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명품 쇼핑’도 옛말…中본토 명품 시장 급성장”

김윤지 기자I 2023.03.08 15:53:51

홍콩 유명 쇼핑 거리 공실률 50% 넘어
中본토 관광객 줄자 사치품 판매 반토막
방역 정책에 하이난 등 본토서 소비 늘어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세계 최고 명품 쇼핑지’로 불리던 홍콩에서 유명 외국 브랜드가 줄줄이 철수하는 등 명성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쇼핑 거리의 한 매장(사진=AFP)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부동산 관리 전문기업인 사빌스를 인용해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명품 매장으로 가득 찼던 홍콩 쇼핑 거리의 매장 절반이 공실이라고 보도했다. 침사추이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거리인 광둥로의 공실률은 53%에 달했다.

사빌스의 시몬 스미스 선임 연구원은 “예전처럼 쇼핑 거리의 명품 매장 앞 긴 대기줄을 보기 어렵다”면서 “대부분 명품 소매상들이 홍콩의 명품 시장이 정점에 달했던 2014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의 침사추이는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세계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쇼핑 거리’ 자리를 내줬다. 맨해튼 5번가의 연평균 임대료는 팬데믹 이전보다 14% 올랐지만 침사추이는 같은 기간 41% 하락했다.

최근 3년 동안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본토-홍콩 간 이동이 제한되고, 홍콩 명품 시장 소비를 주도하던 본토 방문객이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3년 동안 홍콩의 전체 소매 판매는 약 30% 급감했다. 보석, 시계, 귀금속 등의 판매는 2022년 388억홍콩달러(약 6조5000억원)로, 2018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여파로 티파니, 발렌티노, 버버리 등 유명 명품 브랜들이 홍콩 침사추이와 코즈웨이베이의 쇼핑가에서 떠나고, 그 자리를 약국이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들 채웠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달부터 본토-홍콩 간 제한 없는 왕래가 가능해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올해 홍콩 방문객 수가 2018년의 70% 수준을 회복하고, 소매 판매는 전년보다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홍콩 명품 시장이 쪼그라드는 사이 외국 유명 브랜드들은 중국 본토로 눈을 돌렸다. 구찌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은 2021년 중국 본토 9곳에 매장을 열었고, 중국 본토에 27개의 매장을 보유한 에르메스는 지난 1월 장쑤성 난징시에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특히 면세 특구 지정 등 중국 정부가 관광지로 육성하는 하이난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인기 대안으로 떠올랐다. 관광객이 주 고객인 하이난 면세점 10곳의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84% 급증했다. 이는 중국 본토의 평균 명품 매출 증가율인 36%를 훨씬 앞선다.

이 영향으로 베인앤컴퍼니 기준 2021년 중국 본토의 사치품 매출은 2019년 보다 늘어난 4710억위안(약 89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 홍콩 전체 소매 매출 4945억홍콩달러(약 83조2000억원)을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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