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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떠난 유럽 순방의 마지막 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제발 바라건대, 이 사람(푸틴)이 더 이상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cannot remain in power)”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도살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같은 발언 이후 미국 정부의 정책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종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단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던 유럽은 즉각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TV 인터뷰에서 “나였다면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적 해법을 통해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를 추진해야 한다며 “말이나 행동으로 상황을 악화시켜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진화에 나섰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요점은 푸틴 대통령이 그의 이웃이나 주변 국가에 권력을 행사하는 걸 허용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러시아에서 푸틴의 권력이나 정권 교체에 대해 논의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귀국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이 러시아 정권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어느 곳에서든 전쟁을 하거나 침략할 권한이 없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요지”라며 “정권 교체를 논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 논란 가라앉는 듯했으나, 바이든 “사과하지 않을 것” 강조
‘바이든의 푸틴 축출’ 논란은 잠재워지는 듯했으나,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다시 불을 지폈다. 러시아 정권 교체를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당시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28일 워싱터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온 ‘일부 동맹국들에게 비판을 받게 된 발언을 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의 잔인함에 대해 내가 느낀 도덕적인 분노(moral outrage)를 표출한 것”이라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발언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현지에서는 외교적 언어는 일상 언어와는 달라 신중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말이 어떻게 해석되고 파장을 미칠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라드 베이커 전 월스트리트저널(WSJ) 편집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무모한 발언은 민감한 외교 인프라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서방국들의 외교력을 손상시키는 동시에 동맹국 간에도 오해를 살 여지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국들이 동진(東進)할 거란 정신병적 집착에 전쟁까지 일으킨 푸틴 대통령에겐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실언은 명분으로 작용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27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매우 늙은 리더십을 갖고 있다”며 “나이가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일반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만 79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