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
조선시대 일본과 교류했던 최초 개항장
6·25땐 피란민 수용하며 독특한 문화 형성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밀면. 얼핏 냉면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면의 쫄깃함이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사실 이 밀면은 6·25 전쟁 당시 부산에 피란을 온 이북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든 음식이다. 당시 부산에서는 전분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미국 배급 밀가루로 만든 국수가 밀면인 것.
특히 50년 넘게 부산 초량동에 자리하고 있는 황산 밀면 1대 사장인 김창식씨는 부산으로 피란을 와 고향 황해도를 잊지 않기 위해 기억을 되새겨 지도를 그려 식당에 걸어뒀다. 식당을 이어받은 아들 김영한·김영삼씨는 고향을 잊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지금도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아버지가 그린 지도 복사본을 나눠주곤 한다. 6·25전쟁 임시 수도이자 피란길의 종착지였던 부산에서 만들어진 이색적 모습이다.
|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에 전시된 밀면 뽑는 기계와 황산밀면 대 사장 김창식씨가 그린 고향 황해도 지도(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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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은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를 맞이해 부산광역시와 함께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 특별전을 2일부터 기획전시실 1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시작해 흔히 ‘부산’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들에 더해 새로운 모습을 소개한다. 전시 개막을 기념해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종대 박물관장은 “부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송의정 부산시립박물관 관장은 “부산은 6·25이후 1990년대까지 10년마다 인구가 100만명씩 늘어났다”며 “그 많은 인구를 먹여살렸던 동력과 이후 도시가 쇠퇴하게 된 이유는 뭔지, 민속적 배경은 뭐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 옆에 위치한 부산은 과거 조선시대부터 일본 등과 물자, 문화 등을 교류하던 교류의 장이었다. 전시 1부 ‘사람·물자·문화의 나들목, 부산’에서는 조선시대 일본과 교류했던 모습부터 최초의 근대 개항장이 돼 근대문물을 받아들이고, 6·25전쟁을 거치며 피란민을 수용하며 수출무역의 거점 도시로 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다룬다.
조선시대 대일 교류를 보여주는 자료로,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조선통신사행렬도’를 비롯해 왜관을 통한 사신 맞이를 볼 수 있는 10폭 병풍‘동래부사접왜사도’등이 전시된다.
| 금성사 라디오(사진=국립민속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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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향수를 일으키는 반가운 유물들도 전시된다. 부산에서 전국으로 퍼진 산업을 보여주는 ‘금성사 라디오(A-501)’와 ‘금성 텔레비전(VD-191)’ 등의 자료가 소개된다. 더불어 경부고속도로 개통 관련 자료, 밀수품으로 유명했던 국제시장 관련 자료와 영상도 전시된다.
흔히 ‘바다의 도시’로 생각하는 부산의 새로운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전시 2부 ‘농경문화와 해양문화의 공존, 부산’에서는 농경문화와 해양문화를 간직한 부산 사람들의 삶과 민속을 소개한다.
특히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동래야류 탈’과 더불어 전시되는‘수영야류 탈(부산광역시 민속문화재 제16호, 동아대학교석당박물관 소장)’은 1960년대 이전의 탈로, 제작자와 제작 시기가 분명해 매우 주목된다. 탈과 함께 ‘수영야류(국가무형문화재 제43호)’, ‘동래야류(국가무형문화재 18호)’ 탈놀음을 증강현실(AR)로 체험할 수 있다.
| 재첩국 판매 리어카(사진=국립민속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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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살아가는 부산의 여성도 조명한다. 제주를 떠나 바깥물질을 가는 출향해녀의 거점이었던 영도의 ‘부산 해녀’, 망치로 배에 낀 녹을 ‘깡깡’ 소리 내며 떼어내는 ‘깡깡이아지매’, “재칫국 사이소” 외침과 함께 부산의 아침을 깨우며 재첩국을 팔던‘재칫국아지매’, 강인하게 살아가는 어시장의‘자갈치아지매’ 등 관련 자료와 생생한 인터뷰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머리에 양동이를 이고 재첩국을 팔던 ‘재칫국아지매’가 현재는 주거형태 등의 변화로 리어카를 끌고 재첩국을 파는 모습에서 시대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