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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지휘권 우리가"…재연된 소방청·산림청간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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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라 기자I 2019.04.22 12:01:53

산림청, 산림업무 총괄…소방청, 민가·시설물 보호
강원 산불 총동원 효과에 소방청 "업무 이관 검토해야"
산불업무 40% 산림청 `발칵`…“국가직화 명분 얻기용"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이달 초 발생한 강원 산불로 여의도 두 배 면적의 산림이 소실된 가운데 산불 지휘권을 둘러싼 산림청과 소방청 간 해묵은 밥그릇 싸움이 재연되고 있다. 산림청이 총괄 지휘권을 가졌지만 이번 진화과정에서 소방청 역할이 부각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소방청으로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상황은 일단락 되는 모습이지만 뺏으려는 쪽과 지키려는 쪽 간의 신경전이 언제든 다시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문호 소방청장은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불 진화작업의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고 산림청에서 운영 중인 산불특수진화대도 소방으로 합류하는 것이 어떠냐”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민가와 인명 피해 방지를 위해 항공기 진화와 육상진화대의 연계성 강화 측면에서 육상재난 총괄기관인 소방청이 (지휘권을 갖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행법상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 진화는 산림청이, 주변 민가와 시설물 보호는 소방청이 맡는다. 총괄 대응 지휘권이 산림청에 있어 지원기관인 소방청에는 산불 대응 관련 예산과 인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산불 당시 단일 화재로는 최대 규모인 전국 소방차 872대와 3251명의 소방관이 투입돼 주불을 진화했다. 강풍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번지는 야간에 공중 진화가 주요 업무인 산림청 헬기가 밤새 아무런 힘을 못쓰면서 소방력 동원은 더욱 빛을 발했다.

이후 정 청장은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도 “외국 산림은 순수 산림보호 차원에서 진화가 이뤄지지만 우리나라는 민가가 곳곳에 있어 인명보호 차원에서 진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조그마한 야산은 산림청 헬기가 뜨기 전에 우리가 다 끌 때가 많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정 청장이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던 지난 2017년 발생한 수락산 산불 당시 소방당국이 헬기 5대, 소방차 23대를 투입해 신고 1시간 만에 화재를 진압하면서 소방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제 소방펌프차 압력이 점점 개선되면서 수직으로 125m까지 살수가 가능해 200~300m의 야산까지는 호스를 연결해 진화할 수 있다. 험준한 지형의 대형 산불 진화는 어렵지만 야산 정도는 소방력으로 야간진화체계를 갖춰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불 대응 예산이나 인력이 없는 소방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

이 같은 소방청의 공세에 산림청은 발칵 뒤집혔다. 산림청 업무 중 상당부분이 화재 대응과 연관돼 있어 이 기능이 소방청으로 넘어가면 산림청은 조직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산림청의 올해 예산 2조1000억원 중 산불 관련 예산은 1400억원으로 15% 수준. 절대적 예산 비중이 크진 않지만, 직·간접적으로 화재 대응과 관련된 업무가 40%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산림청은 소방청으로의 지휘권 이전 주장이 제기되자 수차례 자료를 내고 산불업무 담당 당위성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강원 동해안 산불은 산림피해 면적대비 건물 주택 등 재산 피해가 많아 소방청 역할이 부각됐지만, 그동안 동해안 대형산불은 험준한 고산 산악형 산불로 산불진화와 잔불정리, 뒷불감시 등 모든 측면에서 산림청 대응역할이 더 중요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언론은 접근도로가 있는 곳까지 취재하기 때문에 접근도로가 없는 험준한 산속에서 진화 중인 특수진화대, 산림공무원은 부각되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또 “강원 동해안 산불은 유관부처의 유기적 협조로 잘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례인데 이를 계기로 소방청장이 소방직 국가직화 명분을 얻기 위한 행보로 판단된다”며 같은 정부기관간 비방전으로 이어졌다.

사실 산불 주관기관을 둘러싼 산림청과 소방당국의 기싸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때마다 양 기관에서는 상반된 입장이 흘러나왔고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두 기관은 청와대의 경고를 받고서야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소방청 관계자는 “산림청의 기존 업무를 인정하고 협업체계를 강화해 유기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라며 “다만 산불 역시 119로 신고가 들어와 초기 소방력이 동원되는 만큼 전담 예산과 인력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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