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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 네브래스카주(州)에 거주하고 있는 18세 여성 셀레스티 버지스와 그녀의 어머니 제시카 버지스가 지난 6월 낙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두 모녀에게 적용된 혐의는 중죄인 유골에 대한 금지행위 위반 혐의, 경범죄인 타인의 죽음 은폐 및 허위 정보 제공 등 3건이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미 경찰은 셀레스티와 그녀의 어머니가 사산한 태아를 낳아 땅에 묻었다는 진술에 따라 지난 4월말부터 두 모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셀레스티가 임신했을 때는 17세로 미성년자였다.
경찰은 시신 발굴 후 태아에게서 열상을 발견하고 화상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후 두 모녀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살펴보다가 ‘낙태약’ 등과 같은 단어와 일부 메시지가 삭제된 것을 발견했고, 6월7일 계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페이스북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수사 결과 두 모녀는 메시지를 통해 사산·유산 등과 관련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았으며, 낙태약을 복용하고 증거를 어떻게 인멸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유산을 위한 약품 구매 등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추가 영장을 6월 16일 발부받았고, 총 13개 IT기기 등을 압수했다.
또 어머니인 제시카에게는 셀리스티가 불법 낙태 시술을 받도록 유인하고,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낙태를 시행토록 하는 등 2건의 중죄 혐의가 추가됐다. 두 모녀의 낙태에 조력한 22세 남성도 다른 사람의 죽음을 은폐한 혐의로 경찰 소환장을 받았다.
이번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뒤 개인정보 침해·악용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뒤 낙태가 금지된 주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들은 낙태를 허용하는 주에서 시술을 받기 위해 일정이나 병원 등을 조정해야 했다.
이에 일부 미 의원들과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사법당국에 위치 정보, 검색 및 통화 기록 등을 제공할 경우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채택될 수 있으며, 낙태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우려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CNN은 짚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대변인은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6월 초 현지 법 집행 기관으로부터 받은 유효한 영장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경찰이 어떤 사건인지 숨기고 개인정보를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꼭 낙태 관련 수사가 아니더라도 미 사법당국이 빅테크 기업들에 기소를 뒷받침할 디지털 증거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등 거의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낙태 수사 관련 정보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네브래스카를 비롯해 공화당이 주지사 또는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주정부들은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50개주 중 절반 가량이 낙태를 아예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관측된다. CNN은 “이제 여러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낙태 조사와 관련된 특정 데이터 요구에 맞서 싸우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6월 24일 이전에 수사가 시작되고 영장이 발부됐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네브래스카주는 판결이 뒤집히기 전부터 임신 20주 이후 낙태를 금지해 왔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엔 셀레스티가 아이를 낳은 시점이 임신 28주로 적혀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