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25일 임단협 파업 찬반투표서 가결
4.3만여명 조합원 중 3.9만여명 파업 찬성
재적 대비 찬성률 88.93% ‘역대 최대’
파업시 하루 수천여대 생산차질 불가피
[이데일리 박민 이다원 기자] 현대자동차가 5년 만에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파업 기로에 서게 됐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을 벌였지만 팽팽한 입장차에 교섭이 결렬되면서 조합원들이 과반이 넘는 찬성률로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28일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쟁의조정 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까지 나오면 현대차 노조는 언제든지 합법적인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번 파업 가능성에 올 들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늘며 고속질주하던 현대자동차에도 급제동이 걸릴 우려가 커졌다. 당장 하루 4시간에 걸친 부분파업만 발생해도 울산공장에서는 약 2000여대의 차량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파업이 길어질수록 손실 확대는 물론 소비자 차량 인도지연에 따른 신뢰 하락도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고공행진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하반기 자동차 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파업은 성장세를 짓누르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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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는 2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조합원 4만4538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파업 찬반을 조사한 결과, 4만3166명이 투표하고 그중 3만9608명(투표자 대비 91.76%)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 창립 이래 처음 진행한 모바일 투표 참여율은 96.92%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재적 대비 찬성률은 88.93%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조 측은 “사상 최대 참여율과 최고 찬성률은 올해 임단협 투쟁 승리에 대한 조합원들의 높은 열망이 나타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오는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와 출범식을 열고 파업 방향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18일 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중노위는 노사 입장 차이가 커서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다. 이번 조합원 찬반 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오는 28일 예정된 중노위가 교섭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리가 생긴다.
다만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보다는 사측 태도를 보고 일정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노조는 앞서 회사가 17차례 교섭에도 올해 임단협 관련 일괄 안을 제시하지 않자 지난 18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지만, 실무회의는 사측과 이어가고 있다. 회사가 계속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노조는 파업 일정을 확정해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가 올 들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갱신하면서 노조가 목소리를 높일 명분 역시 마련됐다는 전망이다.
| 현대차 노조가 23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해 쟁의(파업) 발생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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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를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별도 요구안에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사측은 노조와 논의를 더 거친 뒤 임금 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년 연장은 사회적 여론을 고려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노조와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노조가 임단협과 관련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난 4년 간의 무분규 기록을 깨고 5년 만에 파업을 하게 된다. 특히 파업시 현대차의 높은 실적을 받쳐주던 판매량과 신차효과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대차는 2018년 노조의 총파업 당시 4일간의 부분파업으로 인해 1만1000대의 생산차질과 27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장기화하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누적으로 경기 침체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망도 좋지 않다”며 “특히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시 유리한 고지를 뺏길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승적 차원에서 회사와 노조 서로 양보하며 교섭을 타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