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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에 우크라 언급한 트럼프, 젤렌스키 맹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만 TSMC의 대미(對美) 반도체 투자 관련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상은 끝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내일 밤 알려주겠다”며 4일 의회 연설을 통해 광물협상과 관련한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날 영국 런던에서 유럽 지도자들과 회담을 마치고 광물협상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선 “나는 그가 (미국에 대해) 더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왜냐하면 미국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그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2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공개 설전을 벌인 이후 사흘만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례함’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광물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지지를 확보한 뒤에야 광물협상 서명 의사를 밝힌 것에 불편한 기색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공유하며 “이것은 젤렌스키가 할 수 있는 최악의 발언”이라며 “미국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말했던 것처럼 이 사람은 미국의 지지가 있는 한 평화가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해당 기사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종식은 아직 멀리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한대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미래 안보를 보장할 경우 평화협정보다 러시아와 전쟁을 지속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한 것이다.
◇軍지원 포함 모든 지원 중단…젤렌스키 사퇴 압박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또다른 카드도 꺼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선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는 뜻이다. 많은 일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에 대한 선의의 의지를 보인다고 판단할 때까지 모든 군사 지원을 중단토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해외 군사자금 조달 시스템을 이용한 신규 무기판매 자금 지원을 중단한 데 이어, 비축 무기 운송을 동결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합의를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매우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다”며 “지금 아마도 누군가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그리 오래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우크라 지지 선언에 “러와 협상엔 좋지 않아” 폄하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지에 대해서도 강력 비판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유럽은 젤렌스키와 가진 회의에서 미국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에 (유럽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발언은 아니다”라며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날 유럽 지도자들을 대표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참여 및 미래 안보를 보장하며, 유럽 주도로 휴전안을 마련해 미국에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쓴 돈보다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썼다”고 지적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푸틴의 러시아에 주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은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스스로를 추켜세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을 재개하면서, 우크라이나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려는 유럽 지도자들의 노력을 일축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