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약 100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질문은 아랍권 매체인 차이나아랍TV 소속 기자가 맡았다. 그가 질문을 위해 일어나자 웅성거림이 있었다. 그는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기자이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중국에서 근무해 중국어가 유창하고 중국 외교부 등과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행사에 참석한 외신 기자들과 중국 공무원들이 모두 이 무대를 봤고 여기서 촬영된 영상은 도우인(틱톡) 등을 통해 널리 퍼졌다. 해당 인물이 기자회견에 등장했으니 시선이 쏠린 것이다.
왕 부장도 질문을 마친 기자를 바라보더니 미소 띤 얼굴로 “커무싼 춤을 춘 영상을 봤다. 아직도 춤을 추는가”라고 반갑게 말했다. 딱딱했던 기자회견장에 일순간 웃음소리가 퍼졌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아랍권 기자는 더욱 유명 인사가 됐다. 왕 부장은 중국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콕 집어서 인사를 건넨 기자란 점이 화제가 됐다.
TV를 비롯한 각종 중국 매체들은 그의 소식을 전하며 인터뷰를 내보냈다. 어느 한 방송에서는 차이나아랍TV 기자를 포함해 외신 기자 여러 명이 나와 최근 양회 행사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나도 도우인 영상을 봤다. 중국인 사이에서 그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왕이 부장이 알아봤다니 그에게도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
양회 현장에서는 중국 매체들이 한국을 비롯한 외신 기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양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사 등을 물어보는 질문이 많았다. 뉴스를 통해 정제가 된 후 나오는 외신 기자들의 답변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동안 중국의 외교 정책은 ‘전랑(늑대 전사) 외교‘로 불릴 만큼 호전적이었다. 대만이나 남중국해 같은 예민한 문제는 물론 미국 등과 관계에서도 고압적이고 강경한 어조를 숨기지 않았다. 현재 왕 부장은 물론 이전 친강 전 외교부장 또한 전랑 외교의 상징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번 양회를 앞두고선 중국의 외교 정책이 바뀔 수 있단 예측이 있었다. 차기 외교부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류젠차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취임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양회 기간 외교부장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외교 소식통들은 머지않아 후임 인선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 수장인 왕 부장의 기자회견장에서 친중 성향 기자의 질문이 연출한 화기애애한 모습이 앞으로 중국 외교 정책의 변화를 암시한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