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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대 도박’ 고교생 제작·중학생 총책...‘초등생’ 베팅

홍수현 기자I 2024.04.18 14:21:28

제작부터 이용까지 대부분 미성년자
중학생 총책이 성인 운영자 관리
도박 중독 증상으로 정신병원 입원 사례도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판돈 2억원의 사이버 도박판 운영자는 중학생이었다. 도박 서버 제작자와 운영·관리자, 이용자 대부분이 10대였다.

(사진=게티 이미지)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8일 도박장 개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성인 총책 A씨(20대)를 구속하고 총책 B군(10대), 서버관리자 C군(10대) 등 16명과 이용자 9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도박 서버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1578명으로부터 2억1300만원을 받아 룰렛 등의 도박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은 중학생인 총책 B군과 고등학생 서버 관리자 C군의 공모로 시작됐다.

게임과 데이터 복구 등에 관심이 많고 컴퓨터 실력이 상당했던 두 사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친해졌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때 주로 이용하는 음성·문자 채팅 프로그램인 ‘디스코드’에 채널을 개설하고,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도박 서버와 이 채널을 연동해 도박장을 운영했다. 이용자들이 디스코드 채널에서 룰렛, 바카라 등에 배팅하면 별도 서버에서 게임을 진행한 후 결과를 채널에 알려주는 식이다. 이용자 정보 관리와 게임머니 충전, 환전 등도 모두 별도 서버에서 이뤄졌다.

중학생이 주도해 만든 인터넷 도박장 개요. (그래픽=부산경찰청 제공)
이 과정에서 B군은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C군은 서버 개발·유지 관리를 맡았다.

둘은 도박 서버 내 직원 모집 글을 공지하고 공범을 끌어들였다.

B, C군은 게임머니를 충전, 환전하는 직원도 중학생이나 대학생으로 뽑았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을 송금받는 은행 계좌 역시 중·고등학생 5명에게 개당 10만∼20만원에 사들였다.

구속된 성인 총책 A씨는 애초 도박 이용자였다가 직원 모집 공지글을 보고 지원해 운영자가 됐다.

입건된 도박 이용자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이었으며 초등학생 1명, 여중생 2명도 포함됐다.

베팅 금액은 최소 100원~최대 30만원까지 가능하며, 이들 중 도박서버에 가장 많은 금액을 베팅한 고등학생은 4개월간 325회에 걸쳐 218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디스코드에 만든 도박 서버 이용 화면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지난해 3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은 단서를 확보해 중학생 총책 B군(운영총괄)을 특정했고, 순차적으로 운영에 가담한 고생학생 서버관리자 C군과 청소년 직원 6명 등 총 10명을 검거했다. 또 B군에게 5~10만원 가량 돈을 받고 자신의 계좌를 양도한 청소년 5명도 검거했다.

B군은 경찰에 검거된 후에도 성인 운영자 A씨에게 운영권을 넘겨 도박서버를 지속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은 공범 조사 기간 SNS를 통해 공범들에게 조사 내용 등을 공유했고, A씨가 단독으로 도박 서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서버 관리 등을 지원했다.

결국 지난 1월 덜미를 잡힌 A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A씨로부터 600만원, B군으로부터 1500만원 등 총 2100만원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경찰은 선도심사위원회에 78명을 회부하고, 촉법소년 18명은 가정법원에 소년사건으로 송치했다. 이 중 중학생 1명은 도박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청소년들은 단순히 도박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박서버 운영, 계좌 제공 등 용돈 관리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도박서버를 이용하고 있다”며 “인터넷 도박장을 개설할 때 필요한 웹호스팅 서비스 가입 시 보호자 인증제 도입 등을 유관기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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