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변호인단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의 군인권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령이 불구속 기소된 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비롯해 정관영·하주희·김정민 변호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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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 등으로 입건됐던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지난 6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다. 당시 검찰단은 박 대령의 혐의에 대해 “군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사기를 저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 판단된다”며 “국방부 검찰단은 향후 적극적인 공소유지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들은 진실규명을 위해 국회 등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사건은 대통령 개입 의혹까지 거론되는 등 심각한 권력형 게이트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방부가 군사법원을 믿고 법 질서를 우롱하려는 모든 시도를 차단하고, 증인들이 법정에서 두려움 없이 사실을 증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국민 앞에 드러내 보호해줘야 한다”며 “국회는 5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청원을 제출할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은 “사건을 국방부와 부역한 경북경찰청 등에 맡겨둘 수 없다”면서 “특검법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된 만큼 최대한 빨리 특검법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 역시 채 상병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조직적 방해를 중단하고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에 적극 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국방부 검찰단의 박 대령의 기소가 기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군검찰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아직 관련 수사 및 재판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일방의 주장을 담은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이라는 문건을 국방부 차원에서 만들어 이를 유포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했다.
이들은 “국방부장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첩대상자를 축소하라’ 는 등의 불법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과 해병대 사령관이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령을 항명죄로 기소했다”며 “국방부 검찰단은 관계자들의 진술 및 자료조사, 압수수색,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어떠한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박정훈 대령을 기소한 것에 대해, 이는 기소권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박 대령은 지난 7월 19일 집중호우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관련 수사 결과를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장관은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8월 2일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하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에서도 보직 해임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박 대령의 혐의는 ‘항명’과 이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으로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