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녹고 유리창 깨지고"…'재난급' 폭염에 펄펄끓는 서울

최정훈 기자I 2018.08.02 12:00:12

1일 서울 39.6도…기상 관측이래 최고 폭염
폭염으로 온열질환자 역대 최고 기록
도로 솟고 정전까지…도심 이상현상 속출
정부·지자체…폭염 예방 대책 마련에 분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린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도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 1일 서울의 최고 기온이 39.6도까지 치솟았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서울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한반도를 뒤덮은 불볕더위에 길에는 지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도 자취를 감췄다. 온열질환 사상자 수는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기 사용량이 몰리자 정전 사태가 잇따르고 건물 유리가 깨지는 등 이상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유례가 없는 폭염에 정부와 각 지자체들도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상 최악의 폭염 여파로 관련질환 사상자는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집계한 온열질환자는 2355명을 기록했다. 온열질환으로 숨을 거둔 인원도 29명이나 차지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부터 온열질환자 수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온열 전문 생리학자인 이정범 순천향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현재의 폭염은 실질적인 재난이라고 보면 된다”며 “40도에 육박하는 현재 폭염에 노출되면 2~3일 후 기온이 내려가도 축열(체내에 축적된 열)로 인해 사상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저녁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 정전이 발생해 비상등만 켜져 있다. 아파트 관계자는 이날 폭염이 계속되며 변전기에 문제가 생긴것으로 본다고 전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에서도 유리창이 깨지거나 의자 페인트가 녹는 등의 이상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소재 한 카페에서는 입구 통유리가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선 24일에는 서울 강북구의 한 백화점 8층 유리창이 떨어져 인도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백화점 측은 “폭염 때문에 창을 고정한 실리콘이 녹으면서 유리가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에어컨 실외기 과열 추정 화재나 콘크리트 팽창으로 도로가 솟아오르는 현상 등의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폭염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행정안전부 재난관리본부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폭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경찰청은 의경들의 주간 근무 교대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다. 아울러 그늘막 설치가 어려운 근무지에 우산을 보급하기도 했다.

서울시도 지난달 12일부터 폭염 종합지원 상황실을 운영하며 피해 현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 시는 또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설 경우 주요 간선도로와 버스 중앙차로 등에 물청소차 173대를 동원해 거리에 물뿌리기 작업도 하고 있다.

서울 노원·성동·강서구 등은 무더위 쉼터 운영을 통해 폭염 피해 예방에 나섰다. 노원구는 쉼터에 의료인력을 배치하고 노인들을 데려올 차량을 지원하는 등 수송대책을 마련했다. 성동구는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이달 3일까지 쉼터 24시간 개방을 결정했다. 성동구는 구청청사 1층에 주민들이 도서와 함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물청소차가 도로 물뿌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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