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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 부문 파트너(사진)는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고객의 피해가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고객의 선택까지 책임져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올 수 있다”면서도 “이제는 고객의 피해 발생마저도 금융회사 책무의 일정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딜로이트 안진은 주로 대형 금융그룹의 내부통제 컨설팅을 맡고 있다. △책무구조도 제도 도입 △내부통제 진단 및 개선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 수립 △자금세탁 방지 △운영리스크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초 딜로이트 안진은 책무구조도 지원센터를 발족해 내부통제 업무를 전사적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지원센터를 통해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 컨설팅에 전문화된 노하우를 공유하고, 각 프로젝트 수행팀의 수행경험을 종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책무구조도 도입 당시 우려를 낳았던 점은 책무를 ‘중복·빠짐 없이’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복잡다단한 금융사 업무를 겹치지 않으면서도 누락 없이 작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 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 파트너는 “영국에서도 같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책임이 중복된다는 건 책임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영국에선 해당 책무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고, 가장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를 책임자로 보자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미 금융사 내부적으로도 직무기술서와 조직·직제·인사 시 활용하는 내규가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임원들의 책무도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무구조도의 내재화를 위해서 필요한 건 두 가지라고 했다. 먼저 시스템이 자리잡을 시간이다. 전 파트너는 “금융사 임원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다만 법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조직의 직제시스템 절차를 만들어 내재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책무를 다하기 위한 개선노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했다.
감독기관이 금융사의 상당한 주의의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감안할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봤다. 전 파트너는 “책무구조도가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느냐의 결과는 제재로 나타나게 된다”며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문제가 됐을 때 위반행위를 판단하는 주체는 감독기관인 만큼, 금융사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감독기관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금융사 역시도 리스크 관리에 투자하는 내부통제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내부통제에서 취약한 부분이 있더라도 경영상 성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탓에 사업계획에 반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는 지적이다. 전 파트너는 “적어도 임원이 보호돼야 대표이사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책무구조도가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며 “책무구조도를 내재화해야 향후 리스크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