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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올해 더 춥다…작년보다 혹독한 겨울 날듯”

방성훈 기자I 2023.10.04 14:13:56

러 전력망 인프라 공격으로 전쟁후 발전용량 51% 급감
에너지 생산 최대 비중 ''자포리자 원전'' 러에 빼앗겨
복구작업도 난항…"작년과 달리 예비 부품 부족"
러, 지난달 전력망 공격 재개…"올 봄 이후 처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가 올해 작년보다 더욱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전력망 인프라가 대거 파손돼 에너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전력망 복구를 위한 수리 장비 및 부품 조달에도 애를 먹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 북서쪽에 위치한 마을 부차에서 근로자들이 전력 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AFP)


3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가 유엔개발계획(UNDP)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4월 우크라이나의 발전 용량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진전과 비교해 51%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격으로 피해가 누적된 영향이다. 특히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러시아가 점령하면서 원전 발전 용량이 44% 급감했다. 원전은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나머지 3개 원전은 아직까진 직접적인 공격을 당하지 않았다.

전력 생산시설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전장에 투입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전체 에너지 생산의 약 4분의 1을 담당했던 민간기업 디텍(DTEK)은 전체 근로자 6만명 가운데 약 5000명이 전쟁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의 발전 용량은 전쟁 이후 약 20%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의 공격으로 망가진 변압기를 교체하기 위해 밤낮으로 수리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전력망을 복구하기 위한 예비 장비 및 부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전압 변압기의 경우 절반만이 국내에서 생산되며, 나머지 절반은 해외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공격이 생산 공장에도 피해를 입히면서 실제로는 국내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또한 생산된 변압기는 폴란드와 루마니아로 옮겨져 보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올 겨울은 지난해보다 더욱 혹독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작년엔 10월 10일부터 12월 말까지 누적 기준 약 5주 동안 전기가 끊겼는데, 올해는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전력망 파괴 등을 이유로 타국으로 피난한 자국민들에게 겨울에는 귀국하지 말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봄 이후에 중단했던 우크라이나 전력망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러시아의 드론 5대가 공격을 감행했고, 4대가 격추됐다. 우크라이나는 더 많은 방공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서방 국가들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디텍의 한 임원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손상된 전력망을 수리하거나 장비를 교체하려 할 때마다 러시아가 공격을 감행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게르만 갈루첸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에 대비하고 있지만, 더이상 (수리할) 예비 부품이 없고 조달도 너무 느리다. 작년보다 취약한 상태”라며 “그나마 작년보다 나아진 것은 우크라이나가 유럽 전력망에 연결돼 필요시 전력 수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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