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복현 "은행 약탈적 영업...시장우월 지위 이용에 강한 문제의식"(종합)

서대웅 기자I 2023.02.17 18:15:25

금감원장, 두차례 ''약탈'' 강조하며 질타
"주된 배경엔 독과점적 시장환경"
은행권 ''10조 지원책''엔 "본질 아냐"
제4 인터넷은행 설립엔 신중론
빅테크 규율 위한 법 제정엔 부정 뜻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이복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은행의 영업 행태를 ‘약탈적’이라고 규정하면서 “시장우월 지위를 이용하는 게 적절한지 강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최근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대책에 대해선 “본질에서 어긋난다”고 했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빅테크 금융그룹 규율을 위한 새로운 법 제정엔 부정적 뜻을 나타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진단 및 향후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년후 금송아지 아닌 당장의 물 한모금”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약탈적’이라는 단어를 두 차례 쓰면서 은행권을 질타했다.

그는 ‘은행의 공공성’이 화두가 된 배경에 대해 “(은행권이) 약탈적으로 볼 수 있는 비용절감과 시장 우월 지위를 이용하는 게 적절한지 강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그게 지금 정점에 와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기 금융소비자 대부분이 큰 금리 부담을 겪고 있는 와중에 수십조원의 이익을 내고, 이익 사용 방식과 관련해 여러 의문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은행이 (어떤 배경으로) 약탈적으로 볼 수 있는 영업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당국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고민하자는 측면에서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주된 배경엔 독과점적 시장환경이 있는 것 아닌지 문제의식이 있다”며 “과점 환경을 실효적인 경쟁 (체계) 방식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권이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본질과 어긋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원장은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우리 손에 물 한모금 달라는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의 경쟁 기능 실패를 얘기하는 마당에 문제는 이쪽에서 제기하고 있는데 저쪽을 도와주는 식으로 대응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강조하는 것은 시장 시스템 내에서 (공공적 기능) 작동을 강조한 것이지 기부금을 더 내자 차원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어 “(은행권은) 과점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그런(기부금) 방식으로 답변을 해왔는데, 국민은 왜 신뢰하지 못하는지 문제의식이 있다”고 했다.

◇“주요 은행 간 경쟁 촉진도 고민”

은행권의 과점 체계를 깰 방안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자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의 대안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원장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플레이어들, 주요 은행 간에도 경쟁이 촉진될 여지가 없는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은행 체계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연혁적 배경과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고 은행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방향이 있는 것”이라며 “신속한 시일 내 여러 전문가들과 공론의 장을 넓히겠다”고 했다.

제4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해선 “(빅테크에 대한) 규율이 완벽한지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활동범위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오늘 세미나에서 일부 발제자들이 말씀을 주셨다”면서 “한편으론 빅테크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말씀도 있었는데 두루 듣겠다”고 했다.

◇보험·증권 등 성과보수체계도 개선 필요성 언급

이 원장은 “보험이나 증권 등 다른 업권에서도 은행권에서 논의되는 것을 해당 업권 사정에 맞게 논의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은행뿐 아니라 다른 업권의 보수체계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성과보수체계 점검 대상에 일반직원과 퇴직금도 포함되는지 묻는 말엔 즉답을 피했다. 이 원장은 “최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증권사) 성과급이 과도한 것 아닌지에 대한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하는 차원에서 (은행의) 성과가 개인 또는 조직 공으로 발생한 것인지 보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단기적으론 성과가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추가 손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단기성과로 나눠 먹기로 끝내려는 것 아닌지, 그렇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임직원과 금융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직원의 성과보수체계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다.

빅테크 금융그룹에 대한 행위규제는 물론 기관규제 도입 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새 법률 제정 필요성을 묻는 말엔 단기적으론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별도 법을 만들자는 제언은 여러 정책적 선택지”라며 “지나치게 급박하거나 검토가 안 된 무리한 법 제정, 정책 추진은 다른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