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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하루 차이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의 긴급사용승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두 약물 모두 비슷한 시기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지만, 라게브리오의 승인이 한참 늦게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27일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을 내렸다.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 승인이 나온 지 4개월이 지난 후인 올해 3월 23일에서야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국내 라게브리오 승인이 늦어진 배경에는 팍스로비드보다 효능이 낮은 임상 결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팍스로비드는 지난해 11월 입원과 사망 경감률이 최대 89%라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머크의 라게브리오는 비슷한 시기 해당 치료제의 입원 및 사망률 감소 효능이 30%라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선호도에서는 극명하게 갈렸다. 그 배경에는 약물 상호작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약물 상호작용은 기존 복용하던 약물을 다른 약물과 함께 병용 투여했을 때 일어나는 약물의 또다른 작용이나 부작용의 변화다. 팍스로비드는 라게브리오보다 효과는 높지만, 다른 약물과 상호 작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팍스로비드의 병용 금기 의약품은 진통제인 페티딘·피록시캄·프로폭시펜, 항협심증제 라놀라진, 항부정맥제 아미다론·드로네다론·프로파페논, 항통풍제 콜키신 등 약물 성분 28개가 있다. 이 중 국내 허가돼 유통되고 있는 품목은 23개다. 반면 라게브리오 약물 상호 작용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머크에 따르면 라게브리오는 음식물 섭취 제한이나 신장·간 장애에 따른 용량 조절이 필요치 않다. 관련 약물 상호작용 또한 확인된 바 없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되고 있다. 중증 환자는 비교적 고령층 및 기저질환자들이 많다. 라게브리오가 기존 복용하던 약물과 상호작용 위험성이 낮다고 평가되면서, 글로벌 매출에서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팍스로비드는 미국에서 새로운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점도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일부 감염자가 완치된 이후 다시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FDA에 올라왔다. 미국 정부 연구원들은 이유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화이자 CEO가 “추가로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면 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면서, FDA는 공식적으로 비난했다. 팍스로비드는 5일 복용으로 허가가 난 약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는 종근당(185750)과 대웅제약(069620), 신풍제약(019170), 일동제약(249420)이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결국 팍스로비드 사례처럼 시판에 성공한 이후 관건은 효능뿐만 아니라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일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은 고위험군 환자 6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해 8개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중증 환자 대상 임상 3상을 기존 코로나19 치료 주사제 렘데시비르와 병용하는 방식으로 시행한다. 신풍제약은 한국, 영국 등에서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S-217622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 13일 첫 환자를 등록했으며, 국내 24개 의료기관에서 임상 2b/3상을 진행 중이다. 이사오 테시로(Isao Teshirogi) 시오노기제약 CEO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3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연간 생산량이 1000만회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동제약은 국내 판권만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