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리우폴 최후통첩…우크라이나인 93% "러시아 격퇴할 것"

황효원 기자I 2022.03.21 14:10:07

러시아 "21일 오전 5시까지 답변하라…저항하면 군사재판"
우크라 "시간 낭비 말고 인도주의 회랑부터 열어라"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최후통첩을 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항복할 수 없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극장 건물이 전날 러시아군 폭격을 받아 크게 파손되고 입구에는 잔해가 쌓여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총참모부(합참) 산하 지휘센터인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는 브리핑에서 “마리우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고 밝혔다.

미진체프는 마리우폴 동쪽과 서쪽 두 방향으로 21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4시) 인도주의 통로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히고 우크라이나군은 무기를 내려놓고 이를 통해 두 시간 동안 도시를 떠나라고 통보했다. 그는 이후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모두 군사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마리우폴에 인도주의 회랑을 통해 음식과 의료품 등 필수품의 공급을 허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날 오전 4시(한국시간 오전 11시)까지 최후통첩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단호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수 없다는 점을 러시아에 이미 통보했다. 브리핑에 시간 낭비 말고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는 통로부터 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도 공격해 피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리우폴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곳은 동부 친러시아 반군의 점령지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부터 이곳의 함락을 최우선 전략 목표로 정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18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등을 동원해 민간인들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에서 최근 민간인 1300명 이상이 모여있던 극장을 공격한 데 이어 400명이 대피하고 있던 예술학교에도 폭격을 가했다. 20일 러시아는 킨잘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남부의 미콜라이우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연료 저장시설을 파괴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북동부 수미 지역에서 암모니아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AP통신, 로이터 등에 따르면 수미에 있는 화학 공장에서 암모니아가 누출돼 반경 5km 지역이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은 암모니아가 누출된 화학공장은 인구 26만3000명의 수미 지역 동쪽 외곽에 있고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군의 포격을 수시로 받아왔다고 전했다.

고약한 냄새가 나고 약염기성을 띠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주로 비료 또는 요소 수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어 인체에 오랫동안 머물면 위험하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적군의 규모는 우리보다 크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일 푸틴 대통령과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런 협상 시도가 실패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다수의 우크라이나인은 자국군이 러시아의 침공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스위크 등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론조사기관 ‘레이팅 그룹’이 자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응답에서 응답자의 93%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격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7%는 우크라이나가 몇 주 안에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고 23%는 전쟁이 몇 달 씩 계속될 것으로 봤다.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응답은 12%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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