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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성수기에도 정제마진 약세, 정유사 3분기 ‘먹구름’

김은경 기자I 2024.10.23 10:56:47

3분기 정제마진 3.6달러…손익분기점↓
국제유가 하락에 美·中 제품 수요 줄어
정유사 재고 손실 늘어 적자 전환 전망
“4분기도 원유 정책 하방 압력 가능성”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유업계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올해 3분기 약세를 나타내면서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항공유 수요가 늘면서 계절적인 성수기에 진입하는 시기임에도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했다. 제1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제품 수입량이 줄어들고 대선정국에 들어선 미국의 물가안정 정책이 이어지면서 정제마진 하방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3.6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평균 7.3달러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던 1분기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운임·동력비 등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통상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로 본다. 여기서 더 떨어지면 수익이 악화한다는 뜻이다. 3분기 정제마진은 2분기(3.5달러)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어 정유사들이 큰 이익을 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파악된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사진=에쓰오일)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로 인한 중동 지역 정세 불안정 속에서도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은 데다,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가들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재고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상승해 정제마진이 오르지만, 하락할 경우 가치가 떨어져 손실로 잡힌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에서 석유제품 수요 약세가 이어졌고 여기에 두바이 원유가격 하락으로 재고 손실이 발생하면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았다”며 “다만, 미국의 허리케인은 정제마진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정유업계의 3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096770)의 3분기 실적은 매출 18조8165억원, 영업이익 938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19조8891억원·영업이익 1조5631억원) 대비 각각 5.4%, 94% 감소할 전망이다.

에쓰오일(S-Oil(010950))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9조974억원, 영업손실 1944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8조9996억원·영업이익 8589억원) 대비 매출은 978억원 오르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조533억원 감소하며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4분기에도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지난 5~9월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원유 수요를 하향 조정했다. 중동 지역 전쟁이 추가로 격화하지 않는다면 주요 산유국을 중심으로 유가 하방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 연구원은 “4분기 국제 유가 하락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플러스(OPEC+)의 원유정책이 유가 방어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경쟁국인 미국의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셰일 오일의 생산원가인 54달러 이하로 국제유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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