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에 기업도 사상 검증…쇼핑몰 '하버시티' 표적

김인경 기자I 2019.08.12 11:03:29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장 "하버시티 태도 애매모호"
인근서 오성홍기 끌어내려진 사건 언급하며 문제 제기
베르사체도 홍콩 ''국가''로 표기한 티셔츠 내놓았다 공식 사과
홍콩 시위 장기화에 입장 밝히라는 압박 늘고 있어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의 웨이보[웨이보 캡처]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홍콩 대형 쇼핑몰인 하버시티가 중국 본토 관광객으로부터 불매 운동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지난 6월부터 10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과격 시위대가 하버시티 인근에 걸려 있던 오성홍기를 두 번이나 끌어내려 바다에 집어던졌기 때문이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편집장 후시진(胡錫進)은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하버시티의 태도가 애매모호하다”는 글을 남겼다.

하버시티는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로, 명품 브랜드가 대거 입점해 있어 중국 본토 관광객이 즐겨찾는 곳이다. 홍콩계 부동산 재벌 주룽창(九龍倉)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하버시티를 향해 “그들(과격 시위대)이 국기를 모욕할 때 하버시티 보안세력은 무엇을 했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하버시티)은 악의 무리와 투쟁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후 편집장은 하버시티 출입구에 게시된 공고문도 비난했다. 하버시티는 오성홍기 훼손 사태 이후 ‘고객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경찰은 진입하지 말고 필요하면 우리가 연락을 취하겠다’는 공고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후 편집장은 “시위대를 제어할 능력도 없으면서 공개적으로 경찰의 개입을 거절하는 건 무슨 의미냐”며 “하버시티를 폭도들의 무법천지로 만들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하버시티의 주요 고객은 중국 본토 관광객인 점을 지적하며 “하버시티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의 제도와 질서의 기본적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장점만 누릴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버시티가 이러한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영원한 오점이 될 것이며 중국 본토관광객의 하버시티에 대한 생각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뒤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 편집장의 이 지적 이후 민족주의 분위기가 고취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하버시티에 가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버시티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홍콩 시위 속에 입장을 보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이 시위에 반대하지 않거나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기업들을 보이콧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티셔츠에 홍콩을 중국의 한 도시가 아닌 국가로 표시했다가 결국 전날 티셔츠를 전량 회수하고 공식사과했다.

이 논란과 관련해 한 달 전 베르사체의 중국 첫 홍보대사가 됐던 중국 배우 양미는 베르사체와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도 직원들이 홍콩 시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 관영언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캐세이퍼시픽은 결국 시위와 관련해 폭동 혐의를 받는 조종사 1명을 비행업무에서 배제하고 정직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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