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이란의 고립과 경제 위기를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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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 사망을 기점으로 반(反) 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이 더 단결하며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의 통화 가치와 주식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의 화폐 가치는 떨어졌다. 이날 이란 리얄은 미 달러 대비 약 5% 하락해 1달러당 64만 리얄로 평가됐다. 이는 지난달 30일 1달러당 61만 리얄에서 크게 하락한 것이다.
주가지수도 영향을 받았다. 이란 테헤란 증권거래소의 주요 지수인 테드픽스(Tedpix)지수는 같은 기간 213만1000에서 200만7000으로 거의 6% 떨어졌다.
이란의 하늘길도 거의 멈췄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예상되면서 잇따라 항공편도 취소돼 이달 에미레이트와 카타르항공, 터키항공 등 외국계 항공사들이 이란행 운항을 중단했으며, 현재 플라이두바이만이 이란에서 유일하게 운항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하기 위해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란에 제재를 가하면서 이란의 국영 항공사인 이란항공도 유럽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이러한 혼란 탓에 이란행 항공권 가격이 치솟고, 경로 변경 탓에 경유로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한 여성은 “갑작스럽게 이란항공 항공편이 취소된 후 프랑크푸르트에서 테헤란으로 가는 데 3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인 한 젊은 남성은 스코틀랜드에서 오는 여정에서 “조지아를 경유해야 했고, 비용이 평소보다 두 배나 들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정확하고 치명적인” 대응을 공언한 가운데 이란 내부에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권에 충성파들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이스라엘과 군사적 대립을 기꺼이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깊은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고 FT는 전했다.
실제 현재 많은 이란인들은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경제가 또 다른 갈등 국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테헤란에 사는 말리헤(65)는 “큰 소리가 날 때마다 공황 상태에 빠지고, 이스라엘이 공격했을까 봐 한밤중에 잠에서 깬다”면서 “우리가 직면한 모든 경제적, 정치적 문제에 더해 이것이 우리의 삶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란 내부에선 이념에 치우친 국내외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갈등의 위협에 무관심해진 모습도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운전기사 하산(58)은 “두 명의 실업자 자녀와 함께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내가 어떻게 어떤 이념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외국 항공편은 거의 사라져 외국 고객은 이미 잃었는데 이미 나에게는 끔찍한 상황이고 더 악화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위기감 속에도 이란 정부가 통화 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공급과 수요를 관리해 왔기에 경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에드 레일라즈 정치 경제 분석가는 “현재의 불안한 심리적 분위기가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혼란이 이란이 지역 정책을 추진하거나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경제는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적응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익숙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