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는 5일 소속 변호사들이 한 해 동안 수행했던 소송사건의 담당판사에 대한 2023년도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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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가에는 총 2341명의 회원이 참여해 소송사건 담당 판사 1402명을 대상으로 우수법관과 하위법관을 각각 선정했다. 평균 점수는 84.132점으로, 81.80점이었던 2022년도 대비 2.3점 상승했다. 우수법관 109명의 평균 점수는 95.539점이었고, 하위법관은 65.084점이었다.
법관 중 평균 100점을 받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법관은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 강경표 판사로 조사됐다. 서울가정법원 허선아 법관은 올해까지 총 3회째 우수법관으로 선정됐다.
유창훈 부장판사와 함께 대장동 사건 재판장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이준철 부장판사 등 12명은 우수법관으로 2회 선정됐다. 유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의 영장 심사를, 지난달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영장 심사를 맡아 각각 기각, 구속 결정을 내렸다.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109인에 대해 제출된 사례를 보면 △치우침 없는 충실한 심리 △충분한 입증기회 제공 △철저한 재판 준비 △경청과 충분한 배려 적극적인 소통 등이 우수법관의 요건으로 꼽혔다.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원석 법관의 경우, 증인이 많고 쟁점이 복잡한 사건임에도 증인신문 시간 내내 증언을 경청하며 양측의 의견을 잘 조율해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허선아 법관은 사건의 내용을 충실히 파악해 절차가 지연되지 않되,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했다는 사례가 제출됐다.
◇반말·판결문에 잘못된 사실 기재…하위법관 20명 선정
아울러 서울변회는 10명 이상의 변호사가 평가한 판사 중 점수가 가장 낮은 20명을 하위법관으로 선정했다.
서울서부지법 소속 A법관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총 7회에 걸쳐 하위법관에 선정됐다. 특히 5년간 3회 이상 하위법관에 선정된 서울동부지법 소속 B법관에 대해 서울변회는 지난 2일까지 하위법관으로서 소명할 기회를 부여했지만 소명하지 않아 관련 회규에 의거, 향후 공개 발표하는 등 회 차원의 대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점수 최하위를 기록한 제주지법 C법관은 여성 피고인에게 반말로 ‘반성문 그만 쓰고 몸으로 때우라’고 말해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큰 심적 상처를 주었다. 또 1심에서 다투지 않은 사실을 항소심에서 다투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 및 양형조사 신청을 하자 ‘스모킹건을 갖고 오지 않으면 안 받아준다’며 증거신청을 부당하게 배척했다. 변호인에게는 “기록도 안 봤냐”며 무례한 말을 하고 판결문에는 기록과 명백히 배치되는 잘못된 사실관계를 기재했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총 7회에 걸쳐 하위법관에 선정된 서부지법 소속 A법관은 기록에서 이미 증거로 증명하고 상대방도 다투지 않는 사실관계를 여러 번 잘못 파악해 변론기일에서 구두로 언급했다. 또 조정을 진행하자고 하면서 변론기일에 당사자에게 윽박지르거나 빈정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대리인이 담당한 사건 외에 앞, 뒤 사건들에서도 조정을 강요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서울변회는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법관 20인과 소속 법원장에게 하위 법관 선정 사실을 통지하는 한편 사안을 엄중히 인식해 추후 하위법관으로 선정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법관평가를 통해 법관의 책임을 다하는 훌륭한 법관을 널리 알리고 그렇지 못한 법관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울 것”이라며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더욱 충실히 보장하고,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