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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시장조사업체 신툰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진행된 618 행사에서 판매된 총 상품가치가 7430억위안(약 141조 6752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7% 줄어든 금액으로 판매액이 감소한 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618은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이 창립일(6월 19일)을 기념해 2010년부터 개최한 할인행사로, 광군제(11월 11일)와 함께 양대 온라인 쇼핑 축제로 꼽힌다. 경쟁업체들이 같은 날 할인 행사를 벌이면서 온라인 쇼핑 축제로 규모가 커졌고, 뜨거운 소비자들의 호응에 할인 기간도 길어졌다.
매출이 감소한 것은 유사 제품 난립 및 이에 따른 저가 할인 경쟁 심화, 중국 내수침체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에선 지난해부터 온라인 저가 경쟁이 본격화했는데, 이 때문에 각 쇼핑 플랫폼에선 사실상 연중무휴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셀러 판매 촉진을 위해 100억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둬둬 등 이른바 3대 전자상거래 업체는 일년 내내 막대한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아예 앱 내부에 ‘100억위안 보조금 채널’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빈번한 할인에 소비자들은 행사 기간이 아니라도 언제든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고, 눈이 뜨일 정도의 할인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도 않게 됐다. 제품 판매자들 역시 수익성이 악화해 618 행사에 참여할 여유도 이유도 사라졌다.
온라인 쇼핑객인 콘스탄스 저우(31)는 “프로모션 기간이 너무 길다. 또 모두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라며 “플랫폼에서 항상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목적이 있지 않는 한) 일반 쇼핑객이 굳이 (618 행사에) 참여할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 할인폭도 크지 않고 더이상 행사가 참신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상황이 변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중국의 인플루언서, 이른바 ‘왕홍’들이다. 이들에게 618와 광군제 축제는 오랜 기간 그야말로 ‘대목’이었다. 올해도 수많은 왕홍들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제품을 소개하며 판매하는 대규모 사업을 준비했지만 흥행하지 못했다. 유사 제품이 늘어난 상황에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페이과에 따르면 중국에서 온라인 판매 제왕으로 불리는 리자치(Li Jiaq)는 5월 하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6% 급감했다. 반토막난 것이다. 스킨케어 프로모터로 유명한 루오 왕유(Luo Wangyu)의 매출도 같은 기간 68% 쪼그라들었다.
일각에선 중국의 경기 둔화 및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기가 재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싱크탱크 하이툰의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리청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프로모션이 너무 빈번해 소비자들은 무감각해진 것”이라며 “판매 상인들 역시 치열한 경쟁으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618 행사에서 추가 할인을 제공할 의지가 꺾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