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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데일리가 둘러본 구룡마을은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여전했다. 화재가 났던 4지구의 땅은 검게 그을린 채였고, 소화기는 물론 연탄과 스티로폼, 버려진 옷가지와 가재도구가 널부러져 있었다. 이에 서울시와 강남구청, 구룡마을 주민회 등은 이날 본격적인 복구와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TF)을 꾸렸다. 60여명의 이재민들은 일단 오는 26일까지 강남구청이 마련한 호텔에서 지내고, 이후에는 보금자리 복구가 완료 때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위례·송파신도시 임대주택에 머물게 된다.
구룡마을은 산지에 위치한 판자촌이라는 특성상 화재와 수재 모두에 취약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구룡마을에는 총 26건의 화재가 발생해 3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다. 지난 2011년 집중호우엔 구룡마을 내 주택 절반에 달하는 560여 가구가 물에 잠겼으며, 지난해 8월엔 폭우로 인해 이재민 100여명이 발생했다.
이처럼 재난은 잦지만, 예방은 물론 복구에도 어려움이 크다. 구룡마을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이 좁기 때문에 소방차와 중장비가 진입하기 어렵다. 여기에 사고 원인을 밝히고 대비할 수 있게끔 돕는 폐쇄회로(CC)TV도 거의 없다. 밀집된 주택들에 붙은 불에 타기 쉬운 방한재 ‘떡솜’은 물론, 복잡한 전기줄과 가스 설비 등도 문제다. 실제로 현재까지 소방당국은 전기 누전을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재난이 터지면 임시 거처로 몸을 옮겼다가 판잣집을 복구하면 되돌아오는 식으로 버텨나가고 있다. 그마저도 SH의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면 떠나야 한다. 다만 SH의 재개발사업 완료 예상 시점인 2025년 하반기까지 최소한 3년여 동안은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 곳에서 계속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번엔 이들의 거처를 보다 안전하게 복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재 이전으로의 되돌림으로 그쳐선 안되고, 화재·수해 예방책을 고민해 적용해야 한단 것이다. 아울러 판자촌뿐 아니라 쪽방촌, 고시원, 반지하 등 노후하고 밀집도가 커 재난에 취약한 주거지역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층이 거주하는 곳은 환경이 열악한 만큼 더욱 안전한 시설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며 “‘재개발’이라는 논리로만 접근하는 건 그곳에 살 수밖에 없는 약자들의 문제를 간과하는 것인 만큼 지자체가 재난안전관리기금을 충분히 활용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나서 국가안전대진단 등 체계적인 관리를 책임져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