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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소 외에도 수사·재판 줄줄이 대기…사법리스크 여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피고에게 기소 사유를 알리고 그에 대한 인정 여부를 묻는 절차)에 출석했다. 검찰은 처음으로 기소장을 공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식 기소했고, 이에 따라 그는 ‘공식적으로’ 형사 기소된 미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이 됐다.
기소장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성관계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헨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 6700만원)를 건넨 혐의, 이 과정에서 기업 회계문서를 조작하고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 등 중범죄를 포함해 총 34건의 혐의가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절차를 종료한 뒤에도 초지일관 ‘정치적 박해’, ‘마녀사냥’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나아가 이번 기소를 지지층 결집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공화당 내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그동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와 박빙 구도를 형성했으나, 기소 이후엔 압도적 선두로 올라섰다. 정치 후원금도 급증했다.
얼핏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년 미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것처럼 보이지만, 악시오스는 이번 기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법적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0년 조지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시도와 관련, 기소 결정이 가까워졌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중 추가 기소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또 2021년 1·6 의회 난입사태 선동,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등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여성잡지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진 캐럴에 대한 성폭행 혐의에 대한 법원 심리가 오는 25일 예정돼 있다. 여전히 막대한 사법 리스크가 잠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죄 평결을 받아도 대선엔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혐의만 있을 때와 유죄가 확정됐을 때 입장이 명백히 달라지는 만큼,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로이터통신은 “대선을 앞두고 이번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다른 혐의들과 관련해 대선 캠페인 도중에 재판을 받거나 선거 이후에도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수사 중인 사건들은 유죄 평결 시 형량도 더 크다”고 설명했다.
◇2024년 대선, 보수 Vs 진보 정치·사회 분열 심화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기소가 미국 내 사회 분열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는 보수·진보 진영간 갈등이 2020년 대선보다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이미 미 정치권은 분열 심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기소에 대해 “좌파 검사의 2024년 대선개입”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평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사들조차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당 지지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갈등이 심화할수록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지자들을 부추겨 분열을 조장하는 모양새다. 이에 이날 기소인부절차를 담당한 후안 머천 판사마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SNS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례 없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로 미국의 법적, 정치적 시스템이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됐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극심한 분열 등 사회 격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