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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을 비롯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 환경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치북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팬데믹 여파로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가 쏠렸지만, 2분기부터 관련 거래가 둔화하고 있다”며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투자액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특히 프리 IPO 등 후기 단계 투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과 관련해서는 “나스닥 생명공학 지수가 연초 대비 23% 이상 하락한 가운데 상장 직전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속속 나섰던 크로스오버 투자사들은 IPO 시장에서 다른 좋은 기회를 포착하고자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VC를 비롯한 투자사들과 달리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에 목말라하는 대형 제약사들은 조용히 웃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을 호황기보다 저렴하게 인수해 혁신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아직은 기술수출 계약 등의 파트너십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다. 피치북은 “신약 임상시험의 단계적 성공 여부에 따라 기술료를 지급하는 마일스톤 계약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보다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제네시스 테라퓨틱스와 제휴를 맺었다. 제네시스 테라퓨틱스는 해당 딜로 신약 후보물질 3건을 발굴하면서 릴리로부터 2000만달러의 선금을 지급받게 됐다. 해당 계약은 추가 신약물질을 발굴하면 릴리로부터 추가금을 지급받는 형태로, 단계적 마일스톤에 따라 최대 6억7000만달러와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수령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M&A에 대한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수요는 높아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로 막대한 현금을 쌓아둔 씨젠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노정석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케이-벤처스 기획담당을 투자기획실장 전무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M&A 및 생명공학 벤처 투자 역량을 다진다는 설명이다. 씨젠은 지난해에도 M&A 전문가를 스카웃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