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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자 내놓은 답이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성차별 유무에 즉답을 피하면서, 국제적 성평등 지수를 통해 부처 폐지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가부가 20년간 한국사회의 성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떨어뜨렸다면 부처의 근본적 존재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국사회의 성평등도가 갈수록 하락했는가는 구조적 성차별 유무와 별개로 부처 존폐 논거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는 만큼 해당 지수의 변화 추이를 알아봤다.
김 후보자가 언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는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 및 성개발지수(GDI)와 함께 3대 국제성평등지수 중 하나다.
순위를 보면 2021년 한국은 102위로, 문재인 정부 초기 2017년 118위에 비해 16위 상승했다. 다만 조사를 시작한 2006년 92위에 비해서는 하락했다. 김 후보자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사 대상 국가가 갈수록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 순위 비교는 다소 무의미할 수도 있다. 조사대상국 수는 △2006년 115개국 △2017년 144개국 △2021년 156개국으로, 조사 초기에 비해 41개국이 증가했다.
특히 지수로 보면 같은 기간 GGI는 상승세를 나타났다. 2006년 0.616점(1에 가까울수록 평등) 에서 2017년 0.650, 2021년 0.687점이었다.
즉 김 후보자가 언급한 문 정부에서의 등수 하락과 여가부 20년간 지수가 더 떨어진 것은 팩트가 아니다. 문 정부 4년간 등수는 16위 올랐고, 지수는 조사 시작 이후 0.071점 상승했기 때문이다.
GGI는 3대 지수 중 하나이지만 성평등도를 가늠할 지표인지를 놓고서는 논란을 빚고 있는 지수다. 한국은 순위로만 보면 여성할례나 조혼·강제결혼 등 비인권적 관습이 존재하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와 비슷한 수준의 성평등도를 가진 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는 GGI가 여성의 지위나 권한을 수준(Level)화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 대한 여성의 ‘상대적 격차(Gap)’를 지수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다. 예컨대 임금의 절대적 수준이 낮은 국가는 상대적 격차도 낮을 수밖에 없어 높은 등수를 차지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수별 종합 순위보다 개별 지표의 문제 파악과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선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출생성비, 청소년 출산율, 모성 사망률, 기대수명, 문해율 등 건강, 교육 관련 지표는 세계적인 수준인 반면 경제활동 참가, 유사업무에 대한 임금 수준, 추정 근로 소득, 고위직과 같은 경제·사회활동, 정치권력 부문에서의 성별간 격차는 아직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수별 순위보다 어떤 지표에서 얼마만큼의 격차가 발생하는지 개별적으로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에 맞는 세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