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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A씨 같은 억울한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1일부터 카드·캐피탈·리스·할부금융회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지켜야 하는 ‘표준 여신 거래 기본 약관’을 개정해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여신전문금융사의 채무자 기한 이익 상실 조건에서 가압류를 제외하는 것이다. 기한 이익이란 돈을 빌린 사람이 만기까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권리다. 대출자가 기한 이익을 잃으면 당장 대출금 전액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만약 돈을 상환하지 못하면 매달 내는 이자뿐 아니라 원금에까지 연체 금리가 붙어 대출금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지금은 돈 빌린 사람이 두 달 이상 이자를 연체하거나 담보로 잡힌 자동차·부동산 등을 다른 사람이 압류 또는 가압류하면 여신전문금융사가 그 즉시 대출금 회수에 나선다. 기한 이익이 사라졌다고 봐서다.
문제는 누구나 법원에 신청만 해도 손쉽게 다른 사람의 재산을 가압류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원이 사실관계를 엄격히 따져 결정하는 압류와는 대조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압류를 악용한다는 민원이 있어서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는 이를 대출자의 기한 이익 상실 사유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담보물 압류로 인한 기한 이익 상실 시기도 늦췄다. 현재는 채무자가 여신전문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담보로 잡힌 물건을 다른 채권자가 압류할 경우 여신금융사에 압류 통지서를 보내는 시점에 채무자의 기한 이익이 사라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시기가 여신금융사가 압류 통지서를 받는 시점으로 바뀐다. 등기가 도착할 때까지는 채무자의 대출 원리금에 연체 이자가 붙지 않는 셈이다.
금융회사의 안내도 강화한다. 담보물 압류로 인해 채무자가 기한 이익을 상실할 경우 반드시 이를 사전에 안내하고, 대출 보증인과 담보 제공자에게도 기한 이익 상실 전후에 해당 내용을 통지토록 했다.
또 밀린 대출 연체금을 일부 갚아서 기한 이익이 되살아날 경우 채무자에게 이를 10영업일 안에 안내하도록 강제했다. 지금은 15영업일 이내에만 알리면 되지만,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여신금융사가 자동차 등 담보물을 법정 절차인 경매가 아니라 중고상 등에 임의로 처분할 때는 반드시 채무자에게 처분 한 달 전에 예상 처분 가격을 안내하도록 했다. 채무자는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갖는다. 만약 헐값 매각 등으로 피해를 보면 여신금융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담보물을 임의 처분을 할 수 있는 요건도 담보 처분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경매를 하기가 어렵거나 경매에서 제값을 받기 어려운 경우 등으로만 제한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가 할부 계약을 중간에 취소하거나 할부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철회·항변권을 보장하지 않은 거래의 경우 금융사가 반드시 상품 설명서 및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이를 안내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개인이 아닌 사업자 간의 할부 거래에는 철회·항변권을 적용하지 않지만,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보니 불만이 제기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