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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는 고인을 추억하는 선후배 동료들이 자리한 가운데 배우 윤소정을 떠나보냈다. 이날 영결식은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치러졌다. 유족과 연극계‧문화예술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고인은 최근 감기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지만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지난 16일 폐혈증으로 숨을 거뒀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배우 이대연은 “윤소정 선생님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 연극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며 “선생님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선생님의 연극 정신은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마지막 연극 무대였던 ‘어머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박윤희 배우는 약력을 소개했으며 고인의 생전 육성 인터뷰가 나오자 조문객들은 눈물을 훔치며 훌쩍였다.
배우 길해연은 추모사를 낭독했다. 길 배우는 “연극인들에게 윤소정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뭐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멋지다’ ‘아름답다’ ‘당당하다’ ‘정의롭다’라는 말들을 쏟아낸다”며 “그중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쿨하다’는 말이다. 평상시에도 그랬지만 헤어지는 순간가지 쿨하게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윤소정 선생님답다”고 했다. 이어 “황망하다 못해 원망스럽더라. 우리에게 선물 같은 존재였다”며 “친구이자, 어머니이자, 연인이었다. 밤새도록 선생님과의 추억을 나누고 싶지만 잡고 있던 손을 놓아드리고자 한다. 선생님은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날 조사를 맡은 배우 손숙은 “친구를 보내는 이별사에 가깝다”며 “소정아”하고 친구를 불렀다. 이어 손숙은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편안하게 관 속에 누워 있는 너를 보면서 너의 배역이 줄리엣인가, 오필리어인가 했다”며 “끝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현실이었구나를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섹시하고, 시크하고, 당당했다. 그런 내가 부럽다”면서 “너는 특별한 친구였다. 늘 내 편이었다. 네가 있어 든든하다는 표현도 못했다. 그곳에서 만나면 많이 좋아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또 “너 참 잘 살고 가는 거야. 오현경 선배도 ‘많이 사랑했다’고 하더라. 딸 오지혜도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하겠다’더라. 소정아, 잘 가라”고 했다.
유족 대표로 딸 오지혜 배우가 조문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 배우는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자리에 모여주신 모든 분들에게 가족을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어머니가 얼마나 친절하고 따뜻한 분인지 기억해주시는 분들을 보고 참 괜찮고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앞으로 어머니가 받으신 큰 사랑을 나머지 가족들이 갚으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어 “배우의 마지막 길이 이보다 더 근사할 수 없을 것 같다. 근사하게 꾸며주신 연극인 여러분들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결식 후에는 유족과 연극인들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고인이 즐겨 다니던 대학로 곳곳을 함께 둘러봤다. 이날 영결식에는 배우 김성녀, 양희경, 윤석화, 박정자, 명계남, 최종원, 오광록, 신소율을 비롯해 손진책 연출, 김윤철 국립극단 감독,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등이 참석해 고인을 보냈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였던 고 윤봉춘의 딸이기도 한 고인은 1961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뒤 1962년 TBS 1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했다. 이후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오가며 평생을 연기에 몸 바쳤다. 남편인 배우 오현경 씨가 두 차례에 걸쳐 암투병을 할 때도 정성으로 간병을 하며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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