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종합 미디어 이데일리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8~9일 개최한 `세계전략포럼(WSF) 2010`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과 저명인사들은 현대 경제가 처한 상황과 미래에 대해 날카로운 진단을 내놓았다.
이들은 먼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이제까지의 자본주의나 경영철학이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앞으로의 질서를 아시아가 주도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힘의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새롭게 바뀌어가는 틀을 만들어가는데 국제적 공조가 중요할 것이라며 G20에서의 국가간 협력이 무게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제 세계는 아시아를 주목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회사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서 촉발됐다. 한시름 놓는가 싶었던 세계 금융시장은 유럽 국가들의 누적된 부채로 또다시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인사들은 입을 모아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세계의 중심은 아시아"라고 입을 모았다. 유럽에서 태생한 산업사회가 미국을 텃밭으로 하는 서비스업 시대를 거쳤고, 이제는 지식 중심의 경제가 아시아 시장에서 활짝 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미시 맥레이 영국 인디펜던트지 편집부장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노령화된다고 해도 선진국에 비해 한 세대가 젊다"며 "서구권에서 이들 국가로 경제적 힘이 이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중에도 관심은 단연 중국으로 몰렸다. 엔디 시에 전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10년내 중국의 인프라가 완성되고, 임금 상승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확대되면서 경제활동이 왕성해질 것"이라며 "중국은 향후 15년내 미국을 추월해서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질서가 온다`
전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밀어넣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존 질서에 대한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할 수 있겠다는 공포감도 커졌다. 현 체제의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지배질서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포럼 참석자들도 기존과는 다른 질서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앞다퉈 내놨다. 이제까지의 시대를 이끌고 성장을 가능케 했던 논리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잡게 될 것이 라는 시각이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줄리안 버킨쇼 런던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급변하는 지식경제 시대를 맞아 경영의 의미를 재정립하라"고 주장했다. 기존에 경영의 속성으로 인식됐던 `관료주의, 위계질서, 외연적 동기부여, 정열`을 `발흥, 집단적 지혜, 내연적 동기부여, 경각`의 틀에서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격변이 정상이다(Turbulence is normal)`라는 명제를 던지며 현대 사회를 진단하는 새로운 질서로 `변동성`을 꼽았다.
파울 놀테 베를린자유대학 교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그림을 제시했다. 이제까지의 자본주의가 양적 성장을 중요시해왔다면 앞으로의 그것은 질적 성장을 우선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놀테 교수는 "앞으로도 자본주의는 전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틀로 기능할 것"이라면서도 "다음 세대의 자본주의에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위기 앞에서 모두는 하나가 된다. 2008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치열한 경쟁에 몰두하던 각국을 한 테이블에 앉혀 머리를 맞대게 했다. 오는 11월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치러낼 G20 역시 한층 높아진 위기의식과 좀 더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각국간 협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포럼 참석자들은 현재의 금융위기는 물론 앞으로의 경제 성장도 글로벌 공조 없이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G20을 통해 정립될 새로운 지배질서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닦을 것이라는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회복과 지속가능성, 균형 등이 논의될 텐데 이는 시의적절하며 상호연관성이 있다"며 "세계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G20에서 정책이 조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울 놀테 교수는 "20세기까지만 해도 자본주의가 번영하는 과정에 국가적인 틀이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정치나 법적인 틀을 벗어나 국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겠고, 새로운 자본주의의 틀을 설정하는데 G20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