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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독과점에도 지원하면서 플랫폼은 왜 규제만"

최정희 기자I 2024.09.25 14:16:35

과기부 디지털플랫폼정책포럼서 '플랫폼 정책방향' 세미나
독과점 구조 39개 제조업 그냥 두면서 '플랫폼'만
유럽식 플랫폼 규제 韓에 맞지 않아
"국내 토종 플랫폼 경제적·사회적·기술적 가치 있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몬·위메프의 돈 떼 먹기 사건 이후 칼날을 플랫폼 업체에 들이댄 것과 상반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정책포럼이 주관한 토론회에선 플랫폼 업체를 함부로 규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등 제조업도 독과점 구조인데 플랫폼에 대해서만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등 자의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정책포럼이 25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박민수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부교수는 25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디지털 패권 경쟁 시대, 우리나라 플랫폼 정책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합리적인 플랫폼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부교수는 “플랫폼은 거대하고 독과점 사업자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10년간 독과점 구조가 굳어진 휴대폰, 승용차, 메모리 반도체 등 39개 제조업은 대부분 규제법으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통상 특정 분야에서 규제가 필요한 경우는 금융, 의료, 통신, 방송처럼 정부의 허가를 통해 진입이 가능한 경우인데 플랫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 의료 등의 별도의 규제법이 있는 경우에도 동시에 진흥책도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플랫폼 규제 방향에 대해 “플랫폼 간 경쟁제한 행위, 플랫폼과 이용사업자간 불공정거래는 이미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다수 규율할 수 있다”며 “플랫폼 관련 사건 분석, 처리를 위한 조직과 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수료를 인하한 숙박 플랫폼 자율규제처럼 이용소비자 및 사업자 보호는 자율 규제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플랫폼 관련 사건 처리의 신속성, 엄밀성을 제고하기 위해 ‘플랫폼 시장 경쟁상황평가제도’를 도입하거나 ‘플랫폼 이용자 보호 및 피해구제 상담 전담 기관’ 설립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이다.

박 교수는 “산업발전을 위한 정부의 진흥정책적 개입이나 해외·국내 사업자 간 비대칭적 지원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반도체 산업은 정부가 지원하면서 플랫폼이 사전 규제를 할 정도로 중요하다면 왜 정부가 플랫폼을 지원하지 않냐”고 따져물었다.

국회에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모방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이러한 별도의 법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플랫폼 법안의 현황과 쟁점:유럽연합(EU) 및 영국 입법 사례와의 비교’ 발표에서 “플랫폼 등장 및 발전에 따라 경쟁 및 공정거래 법제에 미치는 영향은 각국의 시장 및 경제 여건과 법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국내 토종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는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면적으로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보다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적용하더라도 영국의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DMCC)’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영국의 DMCC법은 정량과 정성 기준을 종합 고려해 거대 플랫폼을 지정하고 경쟁당국이 구체적인 의무사항을 결정할 재량을 갖고 기업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적용토록 해 사용자 수 등 정량 지표만 기준으로 거대 플랫폼을 지정한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보다는 더 유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플랫폼 규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날 ‘플랫폼 규제에 대한 증거기반적 접근: 자국 플랫폼의 가치 평가를 중심으로’라는 세미나에서 “플랫폼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한 부분에 대한 규제가 전체 생태계에 예측하지 못한 연쇄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나 자국 플랫폼을 보존하고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황 교수는 “자국 플랫폼은 창업 촉진, 고용 창출, 데이터 경제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 및 공정 경쟁 등 경제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공공가치, 기술적 가치 등이 있다”며 “정부는 단순한 규제자가 아닌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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