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4일 수해복구 방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그 어떤 외부 지원도 받지 않겠다”며 우리 정부의 간접적 지원 메시지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해 말 대북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북한의 ‘마이웨이’ 노선에 전혀 변함이 없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내심 재난재해 협력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도 쉽지 않게 됐다.
◇文, 북한에 시그널 “남북협력이야말로, 최고 안보정책”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 협력이야말로 최고의 안보정책”이라며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 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안보 상황에 더욱 긴밀히 협력하자”고 북한에 시그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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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없는 北…대남 비난 없이 내치 집중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한미 군 당국 간 연합군사훈련이 18일부터 치러지는 가운데 북한은 선전매체 등을 통해 불만을 표시할 뿐 이례적으로 대남 비난 없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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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이러한 남한 패싱은 내부적으로 수해 복구와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지속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기에 수재라는 삼중고까지 겹치면서 내치에 전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올 1월부터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달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 피해가 컸다. 최악의 물난리였던 2007년보다 올해 더 심각한 수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 삼중고에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북한이 무반응 모드로 선회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북측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황북도, 황남도, 개성시 등 전국적으로 3만 9296정보의 농작물 피해를 입었고 살림집 1만6680여세대와 공공건물 630여동이 파괴, 침수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북한 매체들도 연일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복구 사업에 대한 보도를 이어갈 뿐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북한은 한동안 대남·대미 메시지를 자제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 10일)까지 장마철 수해 복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 말까지 내부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분석이다.
◇속타는 정부…인도적 지원 밝힌 이인영 대북구상도 제자리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상황 타개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서다. 통일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취임 직후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을 피할 수 있는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을 밝혀왔지만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봉착 위기에 처했다.
전직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외부 지원 거부는 북한의 ‘마이웨이’를 재차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며 “이인영표 작은 교역인 민간 차원의 교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한 만큼 침묵을 깨고 대남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내치에 주력하고 있어 대외메시지 발신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올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전까지 북한이 남북 또는 북미 대화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와 홍수 극복이라는 내치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대외메시지 발신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당장 남북협력에 호응해올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치국, 정무국회의,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등에서 코로나방역, 수해문제 등 내치와 관련된 사항들이 집중 토론됐던 만큼 19일 열릴 전원회의에는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성과 극대화를 위한 당 쇄신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 안보라인은 비공식적인 채널을 가동해 우리 정부 측의 진의를 북측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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