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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보건부는 25일(현지지간) “소아마비 백신 2형(OPV2) 126만회분과 500개의 백신 쿨러가 도착했다”며 “파트너들과 함께 백신 접종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가자지구에서는 25년만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음식물처리·하수처리 시설 등 지역 인프라가 파괴되고 백신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WHO가 지난달 가자 중부와 남부 지역 하수시설 6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풀리오 바이러스 변종을 발견했다. 또 가자지구 전쟁이 일어나기 전 이 지역 주민들의 99%가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했으나 현재 그 수치가 86%로 떨어졌다.
WHO와 유니세프는 2700명 의료 종사자를 동원해 가자지구 어린이에게 접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서 7일간 인도적 휴전을 시행해 안전하게 2차례의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기구는 휴전이 이뤄져야지 어린이와 가족들이 의료시설에 안전하게 도착하며, 지역 사회 복지사가 백신 접종을 위해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어린이를 찾아다닐 수 있다고 밝혔다.
WHO와 유니셰프는 “가자 지구의 건강, 물, 위생 시스템이 심각하게 파괴된 상황에서 소아마비 확산을 막고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최소 95%의 백신 접종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10개월이 넘기며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투가 없는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을 설정해 민간인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이같은 설정이 무색하게 인도주의 구역에도 폭탄이 떨어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점점 축소되는 상태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18일 인도주의 구역이 전체 가자지구 땅의 1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전쟁 이전에도 전세계에서도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구역이 축소되며 피난민들의 주거환경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텐트촌들이 밀집한 난민촌에는 깨끗한 식수와 위생시설이 부족하고 수백여명이 화장실 한 개를 사용할 정도로 위생 상황도 악화됐다.
의료 인프라도 붕괴됐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에는 36개 병원이 있으나 이 중 약 12개 병원만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 1차 진료기관 역시 40%만 작동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이스라엘이 데이르 엘-발라흐 일부 지역을 군사지역으로 설정하며 민간인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중부 가자지구에 있는 마지막 병원인 알-아크샤 순교자 병원도 중단 위험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