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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째 접어든 난민 단식 농성…난민들 "정부가 답해야"

조해영 기자I 2018.09.10 11:43:09

공정한 난민 심사 등 주장하며 단식 중
16일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예정

난민 관련 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이집트 국적인 아나스(28)씨는 지난달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효자 치안센터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어느덧 25일째다. 지난 4일 오후에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지만 “멈출 수 없다”며 단식을 이어 나가고 있다.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며 시작한 난민들의 단식이 한 달을 바라보고 있다. 아나스씨 외에도 자이드(35)씨와 왈리드(28)씨가 각각 23일, 12일째 단식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난민협약과 난민법에 따라 난민을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식 농성에 나선 이들은 난민 문제의 주무 부처인 법무부에 난민 심사를 공정하게 진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난민 심사 과정이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난민인권센터 조사 결과 1차 심사의 면접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해 난민신청자들의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사 과정에서의 통역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난민신청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 활동가는 “허위 통역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더 많을 수 있어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인권센터는 지난 7월 18일 난민신청자들의 면접조서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피해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 전반으로 번진 난민 혐오 정서도 단식 중인 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올라온 난민법 폐지 요구 국민청원은 70만 건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활동가는 “단식을 시작한 후에 반대 단체가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단식 장소가 알려져 지나가는 행인들이 시비를 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응답할 때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활동가는 “지난달에 시민사회수석실과 면담도 했지만 단식을 빨리 끝내기만을 바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공동주최단은 오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청와대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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