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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해묵은 칼' 결국 제동…트럼프가 쓴 '비상경제권한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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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5.05.29 10:30:26

위헌 논란에도 트럼프, 美대통령 처음으로 사용
수년 걸리는 재판 고려했지만…향후 협상 차질빚을듯
품목별 관세는 영향 안 받아…‘슈퍼 301조’ 꺼내들수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 국제무역법원이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기본관세 및 상호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명분으로 밀어붙였던 기본 관세 및 상호관세 부과는 일단 무효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IEEPA 사용해 관세 부과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 등 ‘해묵은 칼’들을 대거 꺼내 들어 무역파트너국에게 압력을 가해왔다. 멕시코, 캐나다에 마약, 이민 문제를 이유로 25%의 관세 부과했고, 무역적자 해소를 이유로 모든 교역국을 대상으로 10% 기본관세와 1~40%에 달하는 추가 상호 관세를 시행했다.

IEEPA는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된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외국 자산 동결, 거래 제한, 수출입 금지 등 경제적 제재 조치를 취하도록 만든 강력한 법안이다. 특정 국가, 단체, 또는 개인을 대상으로 금융 및 상업 거래를 차단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IEEPA 권한을 행사하려면 먼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외국정부나 단체, 개인이 미국의 안보, 외교정책,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도 입증돼야 한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밖에 없는,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에 대응하기 위해서만 대통령은 IEEPA에 따라 비상 권한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무역적자 등이 국가적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IEEPA를 활용한 것은 헌법에 위반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 제1조 8항은 수입세 및 통상 규제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아울러 IEEPA법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관세 명령이 IEEPA가 요구하는 ‘이례적이고 중대한 위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무역적자나 마약 문제 등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긴급사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전까지 IEEPA를 사용해 관세를 부과한 대통령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조치는 수많은 소송을 촉발했고, 중소기업들이 줄지어 소송을 제기한 반면 애플과 같은 대기업은 비공식 회의나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백악관과 직접 접촉하며 해결을 시도했다.

수년 걸리는 재판 고려했지만…향후 협상 차질빚을듯

워싱턴 정계에서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부과 합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IEEPA를 이용해 교역국과 일단 무역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 왔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합법 여부가 결론 나려면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은 일단 관세 카드를 던진 후 원하는 바를 빨리 얻고 빠지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향후 교역국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국들은 법원 제동을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무리한 협정에 거세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에 나섰다. 국제무역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심리하고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 심리한다. 관세 부과는 일단 무효화된 만큼 백악관은 항소하면서 국제무역법원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하면서 관세를 다시 실행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품목별 관세는 영향 안 받아…‘슈퍼 301조’ 꺼내들수도

한편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와 같은 제품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는 무역법에 의거한 만큼 이번 재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 부과를 위한 또 다른 명분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는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불공정 대외 무역 관행에 대응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거론했다.

‘슈퍼 301조’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동안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한 조항으로, IEEPA보다 더 확고한 법적 근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 지적재산권 침해, 시장 접근 제한, 기술 이전 강요 문제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조사를 착수한 뒤 불공정 무역행위가 확인되면 교역국에 협상 또는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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