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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 이자의 유혹…보험 유사수신 사기 급증

김인경 기자I 2020.11.23 12:00:00

금감원 유사수신 신고·상담, 전년보다 41% 증가
보험상품 위장·카드할부로 투자금 받는 '변종'도
고수익인데 원금 보장한다하면 일단 의심해 봐야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박모 씨는 보험대리점으로부터 상품에 가입하면 최대 45%의 확정 수익은 물론 원금 보장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씨는 의심도 들었지만 보험상품이니 안전할 것이란 생각으로 상품에 가입했다. 초반에는 확정 수익도 잘 나왔다.

하지만 이 수익은 이 대리점은 일부 보험상품은 가입자가 13개월 이상 보험료 납입하면 판매실적에 따라 보험사에서 받은 대리점 수수료를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입한 후 해지하는 방법으로 보험해지 환급금과 대리점 수수료를 쌓아둔 것이었다.

박씨는 초반 몇 달간 투자수익이 나오니 철석같이 믿고 계속 보험금을 넣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업체는 잠적했고 박씨는 원금도, 수익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유사수신, 작년보다 40% 늘어…수법도 다양화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 및 상담은 5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6%나 늘었다. 이미 금감원은 피해자 제보 51건 중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77곳의 유사수신업체에 대해 수사당국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유사수신 혐의업체 신고상담 및 수사의뢰 건수[금융감독원 제공]
수법은 점점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유사수신은 가상통화 투자를 내세운 경우가 49.5%로 대다수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가상통화를 내세운 경우는 26.0%로 내려왔다. 대신 보험 같은 금융상품을 빙자한 경우(37.7%)나 판매 사업을 빙자한 업체(31.2%)도 등장했다.

실제 최근엔 물품판매 플랫폼 사업에 투자하면 확정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하는 업체에 대한 신고가 몰리기도 했다. 이 업체는 신규 투자자를 소개하면 수당을 지급한다는 식으로 모집을 해 투자자를 늘렸다. 심지어 투자금을 낼 때 현금이 없다는 사람들에겐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제시하며 자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또 노인들을 대상으로 ‘계’라고 포장해놓고 유사수신을 하는 경우도 적발됐다.

◇원금 보장하면서도 높은 이율 내세운다면? 일단 의심해야

금감원은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높은 이율을 벌 수 있다는 투자처는 일단 의심해 보라고 지적한다. 사실상 수익모델이 없는데도 사업가능성만 내세우면서 고수익과 원금보장을 약속하는 경우 유사수신 업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고수익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투자의 기본원리를 명심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보험은 고수익 투자상품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재해나 사고로 경제적 손해를 보상하는 사전 보호장치인 만큼, 보험설계사가 원금과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면 투자사기 등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형식상 물품 및 용역 대금 납입 카드결제라 하더라도 거래의 본질이 투자가 목적인 경우 할부거래 취소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투자금을 카드할부로 결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유사수신업체들의 주요 특징들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통 유사수신의 경우 “사업 초기단계이고 지금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또 투자유치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준다며 다단계식 수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이들 업체는 보통 세무서에 내놓은 사업자등록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한 다단계업 등록을 내세워 상품에 결함이 없는 등록법인인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 이들 업체들은 투자사실을 자녀에게 알리지 말고 ‘일단 전화 말고 사무실에 와서 설명 들어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전화로 대표자 이름이나 주소, 사업내용을 물으면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금감원은 “유사수신 피해를 입었다면 설명회 자료, 거래 내역, 녹취파일 등 증빙서류를 꼭 확보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제보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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