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 수가 2022년을 정점으로 미국, 중국, 인도 등 주요국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주로 내수 시장 기반의 플랫폼 산업에 머물러 있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등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데이터 기관 CB인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한국에서 등장한 유니콘은 총 24개다. 이 중 10개가 2022년에 집중적으로 탄생했지만, 2023년에는 단 한 곳도 없었고, 지난해(2024년)에는 리벨리온과 에이블리 각각 1곳에 그쳤다. 기존 유니콘 중에서도 배달의민족, 쿠팡, 크래프톤, 무신사, 토스 등 소수만이 투자 당시 기대했던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옐로모바일은 2024년 폐업, 위메프는 2025년 파산으로 사라졌으며, 지피클럽은 2024년 말 첫 연결 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트릿지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쏘카, 컬리, 직방, 리디 등은 투자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하락했으며, 오늘의집, 오아시스, 여기어때, 야놀자, 에이블리 등은 추가 성장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유니콘, AI·기술 분야로 재편
●반면 미국은 벤처투자 자금의 55.7%를 차지하는 AI 분야에서 72%의 자금을 독점하며 대형 스타트업 생태계를 장악했다. 전 세계 유니콘 1위인 오픈AI(기업가치 5000억 달러)를 포함해 상위 20개 기업 중 15개가 미국 기업이다. 전 세계적인 투자 혹한기였던 2023년 이후에도 앤트로픽, xAI, 피겨, 퍼플렉시티 등 초대형 유니콘이 지속적으로 탄생했다. 중국 또한 바이트댄스가 기업가치 3000억 달러로 전 세계 유니콘 중 3위를 차지하는 등 샤오홍슈, 원푸다오 등 다수의 기업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인도 역시 오요룸스 등을 통해 50~100위권 유니콘을 꾸준히 키워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내수 중심 탈피 및 정책 지원 재편 시급
●업계는 전 세계 투자 흐름이 AI, 반도체, 로봇 등 기술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간거래(B2B)로 쏠리면서 내수 중심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의 벤처 관련 정책 지원이 분산되어 있고, 국내에서 시작했더라도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해외 매출이 늘면 정책자금 지원 폭이 줄어드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민간보다는 정부 주도로 성장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투자업계의 관심을 덜 받는다는 점도 약점이다. 지난해 7월 1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은 퓨리오사AI의 경우, 메타가 약 1조 원에 인수를 제안했음에도 CB인사이트에 등재되지 않았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스타트업까지 장악하는 풍토도 초반 안착 이후의 성장에는 역효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운영하며 스타트업의 기술과 인력을 흡수하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창업 초반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수십억 원대에 인수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대기업 CVC를 통해 기업을 매각한 한 창업자는 “대기업에서 적정 가치를 평가해 인수해 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스타트업이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가 CVC를 통해 대기업에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홀로서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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