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조선 나포' 이란 견제 위해 호르무즈해협 감시 강화

박종화 기자I 2023.05.24 15:00:13

호르무즈, 세계 석유 3분의1 지나는 요충지
"중동 지역서 美 존재감 입증하기 위한 노력"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유조선 등을 잇달아 나포하면서 미국이 이곳에 군함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주면서 동시에 최근 중동 지역에서 흔들리는 미국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조치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미 해군 군함.(사진=AFP)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 해군 5함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함정과 해군기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도 5함대는 호르무즈해협에 쾌속정과 무인선을 보내 이 해역을 감시했다. 지난 19일엔 브래드 쿠퍼 5함대 사령관이 영국·프랑스 해군 지휘관과 함께 유도미사일 구축함 폴 해밀턴함을 타고 호르무즈 해협을 찾았다.

미군이 호르무즈해협 순찰을 강화한 건 이곳에서 이란의 나포 위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달 3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파나마 선적 니오비호를 나포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엔 쿠웨이트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마셜제도 유조선 어드밴티지스위트호를 나포했다. 미 국방부는 2021년 이후 이란에 공격당하거나 항해를 제지당한 외국 상선이 15척에 달한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협으로,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핵심 경로다. 전 세계 석유 수출량의 3분의 1가량이 이 곳을 거친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21해리(약 39㎞)에 불과해 이란은 서방을 압박할 때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해군의 존재감 과시가 중동의 국제정치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그간 미국의 중동 우방으로 여겨졌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의 대표적 반미 국가인 이란·시리아와 잇달아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중동 국가 사이에선 미국이 과거처럼 안보를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존 가즈비니언 펜실베이니아대 중동센터 소장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순찰 강화 조치가 이 지역에서 아직 미국이 필요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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