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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계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에어컨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가전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에어컨이 2분기 실적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봤으나 이 같은 기대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가전업계는 작년부터 전기요금이 오를 기미가 보이자 자사 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높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올해 삼성전자(005930)가 출시한 비스포크 무풍 에어컨 갤러리 모든 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이 1~2등급이고, 기존 1등급보다 냉방 효율이 10% 더 높은 초절전 모델도 내놨다. LG전자(066570) 역시 올해 휘센 타워 에어컨의 전 라인업을 에너지소비효율 1~2등급으로 맞췄다. 또 ‘외출절전’ 기능을 도입해 거실에 사람이 없으면 에어컨이 알아서 절전모드를 작동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 사이에 깔린 ‘에어컨은 전기 먹는 하마’라는 인식은 지우기 어렵다는 게 가전업계의 하소연이다. 실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이마트의 선풍기 매출 신장률은 313.5%에 달한 반면 에어컨은 7.4%에 그쳤다. 가전업계로선 에어컨 대신 가격이 저렴한 선풍기 판매가 늘어나는 게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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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가전업계가 기대하는 건 무더위다. 전기요금이 오른 16일 강원 강릉은 낮 최고기온이 35.5도를 기록해 5월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서울 낮 최고기온도 31.2도로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는 6월에 중순(12~18일)과 하순(19~25일)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각각 40%, 50%라고 봤다. 때 이른 더위에 이어 역대급 무더위가 올 것이란 예고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날씨가 더우면 더울수록 에어컨 판매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며 “에어컨 판매가 실적을 받쳐주기 위해선 마른 장마와 무더위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