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양극화' 삼성전자…HBM에 반등 달렸다(종합)

김소연 기자I 2025.01.31 12:16:27

범용D램 부진에 4분기 DS 영업익 2.9조원
HBM3E 개선 제품 1Q공급…HBM 2배 공급 확대
HBM 1Q 판매제약…2분기부터 공급 본격화 기대
"위기상황 잘 알아…짧은 시간내 극복할 것"

[이데일리 김소연 공지유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 양극화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 2조 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모바일과 PC용 IT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중국의 저가 D램 공세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공지능(AI)향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로 4분기 DS 부문 매출은 30조원을 넘었다.

삼성전자는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레거시 D램 매출 비중을 올해 한자릿수 수준까지 줄이면서 첨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AI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은 올해 두 배 이상 확대하며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자 한다.

31일 삼성전자(005930)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75조 8000억원, 영업이익 6조 5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82%, 129.85% 증가한 수준이다. 전기 대비로는 매출이 4.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30% 줄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매출 300조9000억원, 영업이익 32조 7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연간 매출로 보면 202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규모다.

◇ “메모리 수요 약화…2분기부터 수요 회복”

4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매출 30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DS 부문 매출은 11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15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는 모바일 및 PC용 수요 약세가 지속하며 실적에 영향을 줬다. 다만 인공지능(AI) 서버향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확대가 매출 성장을 일부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고용량 DDR5 판매 확대로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연구개발비 및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Ramp-up) 비용 증가로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메모리 수요 약세는 1분기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버향 DDR5와 eSSD조차 1분기 가격 하락이 이루어지리란 일부 기관들의 전망도 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과 PC용은 1분기 이후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온디바이스AI 탑재 신제품 출시와 함께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며 “서버도 업계 내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만큼 지연됐던 고객사의 과제들이 실현되면서 고성능 및 고사양 위주 수요 회복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데일리 DB)
1분기 D램 빗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한자릿수 후반 감소하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HBM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에 D램 ASP도 전분기 대비 감소, HBM 매출 비중도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낸드 역시 1분기까지 재고 조정이 지속해 1분기 빗그로스는 전분기 대비 10% 초반 수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D램의 경우 하이엔드 시장에 주력하고, 선단 공정 램프업을 지속해 DDR4와 LPDDR4의 비중을 줄이고 HBM, DDR5, LPDDR5, GDDR7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저가 D램 과잉 공급으로 인해,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DDR4, LPDDR4는 2024년 30% 초반 수준이었던 매출 비중을 올해 한자릿수 수준까지 가파르게 축소할 계획이다.

메모리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에서 영업이익이 줄면서, 전체 DS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첨단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가동률 하락 및 첨단 공정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 삼성 반등의 키 ‘HBM’…올해 공급량 2배 확대

삼성전자 실적의 키는 결국 HBM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HBM이 반등의 불씨가 되리란 전망은 지속해서 나온다. HBM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역시 AI향 고부가가치 제품이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지난해 4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9배 수준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HBM3E 8단, 12단을 양산 판매 중이고, 4분기에는 다수의 GPU 공급사와 데이터센터 고객향으로 HBM3E 공급을 확대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HBM3E 매출이 HBM3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HBM3E 개선 제품 공급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HBM3E 개선 제품을 계획대로 준비 중인데 일부 고객사에 1분기 말부터 공급할 예정이고, 2분기부터 가시적 공급 증가를 전망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주요고객사의 수요가 개선 제품으로 옮겨가며 1분기 HBM의 일시적 수요 공백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올해 고객 수요에 맞춰 HBM 공급량을 전년 대비 두 배 확대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HBM4는 2025년 하반기 양산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HBM3E 12단. (사진=삼성전자)
◇ “경영 상황 쉽지 않아…짧은 시간 내 해결할 것”

DX부문 매출은 40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전분기 대비 매출 및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하만 매출은 3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장 사업의 안정적 수주가 이어지며 오디오 제품의 연말 성수기 판매를 확대하며 매출이 늘었다.

삼성전자 연간 전체 연구개발비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며 분기 최대 10조 3000억원, 연간 최대 35조원을 기록했다.

연간 시설투자 금액은 역대 최대인 53조6000억원으로, DS 부문에 46조3000억원, 디스플레이는 4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역시 세부적인 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메모리 투자는 전년 수준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비 투자를 꾸준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 앞서 박순철 삼성전자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경영 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고,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주요 사업 경쟁력 바탕으로 현재 이슈는 점차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삼성전자는 항상 근본 경쟁력과 기술력 바탕으로 위기 때마다 이를 극복하며 성장해왔다”고 덧붙였다. 짧은 시간 내 위기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관련 여러 대응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기회 요인이, 단기적으로는 위험 요인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주주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약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바 있다. 3개월 사이 자사주 3조원 취득 및 소각 작업을 진행해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89.3%씩 매입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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