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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겪으면서 아이의 몸은 어른의 몸과 비슷하게 변해간다. 성적인 욕망과 호기심도 서서히 생겨난다. 그러나 몸의 변화에 비해 마음이 변화하는 속도는 더디다. 변화하는 몸과 욕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기 일쑤다.
‘댄스 네이션’에 등장하는 10대들은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첫 경험을 누구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자위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욕설과 비속어를 섞어가며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도발적이면서도 발칙하다. 관객 입장에 따라선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 묘한 해방감과 통쾌함이 있다.
아미나와 주주의 친구로 등장하는 애슐리의 에피소드가 눈길을 끈다. 애슐리는 남자들이 자신의 ‘몸’을 훔쳐보는 것이 고민이다. 남자들의 음흉한 시선이 불편해 자신을 자꾸 감추려고만 한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남자들에 당당히 맞서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다. 자신을 쳐다보는 남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애슐리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욕망을 외면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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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네이션’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극 중 10대 캐릭터를 30~60대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몸과 움직임으로 이뤄진 춤의 세계를 보여준다. 관객은 배우들을 통해 각자만이 10대 시절을 되돌아보며 감각하게 된다. 장애인 배우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장애와 비장애라는 사회가 만든 ‘경계’를 지우고 세상과 나 자신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든다.
원작은 미국 극작가 클레어 배런의 희곡이다. “10대들의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를 다룬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9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윤색과 연출을 맡은 이오진은 ‘댄스 네이션’을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 템포 말고 내 리듬으로 춤추고, 나에게 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또한 “아직도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배우 홍윤희, 이미라, 윤현길, 마두영, 황미영, 백우람, 강보람, 부진서, 장호인 등이 출연한다. 두산아트센터 ‘두산인문극장 2023’ 첫 번째 공연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를 주제로 3편의 공연, 1편의 전시, 8편의 강연을 선보인다. ‘댄스 네이션’은 오는 20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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