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재건축 ‘가시’ 뽑는다…노후아파트 흔적남기기 재검토

신수정 기자I 2021.08.30 14:43:26

일부 동 남겨두고 재건축 진행하는 정책
서울시 건축위원회 자문 심의서도 ‘재검토’ 의견
주민 간담회 통해 정비계획 수정안 준비 중
재건축 속도·용적률 상향 등 사업성 개선 효과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사업의 손톱 밑 가시인 ‘재건축 흔적남기기’ 재검토에 착수했다. 주민 의견을 수용하고 도시 효율성과 공급 효과 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재건축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개포주공1단지. (사진=연합뉴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 흔적 남기기’를 추진 중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잠실 5단지, 개포주공1·4단지 등은 시와 주민간담회를 진행하며 정비계획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 잠실 5단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과거 굴뚝을 남기라고 했던 사안들이 있었지만, 모두 없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며 “총회에 부쳐 상정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노후 아파트 존치로 인한 안전 문제와 새 아파트와의 경관 부조화 등에 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시 역시 ‘재건축 흔적남기기’ 정책을 고수하려는 입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흔적 남기기’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부 동을 남겨 두고 재건축을 진행하는 정책으로 박 전 시장 시절 아파트 개발 초기 생활상을 보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초기 주공아파트의 생활양식을 확인할 수 있어 보존가치가 높다는 논리였다.

이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적용됐다. 개포주공4단지는 기부채납(공공기여) 부지에 있는 429동과 445동 등 2개 동을 남겨놓고 나머지 신축 아파트를 올리고 있다. 인근 개포주공1단지도 1개 동(15동)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채 공사 중이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역시 108동을 ‘주거역사박물관’ 등의 형태로 보존할 예정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한강변 523동 일부를 남기기로 했다. 주민반발이 거셌지만, 서울시는 재건축 정비계획 심의권을 무기로 재건축 사업장에 흔적 남기기 정책을 수용할 것을 사실상 강제했다.

재건축 흔적 남기기의 수명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끝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강경하게 밀어붙이던 재건축 흔적 남기기의 재검토로 정비계획이 최종적으로 수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오 시장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주민 반발이 거센데 과연 누구를 위한 흔적 남기기인 것인가”라면서 재건축 흔적 남기기 정책 폐지를 공약하기도 했다. 주민 의견과 도시 효율성, 경관 등을 고려했을 때 낡은 아파트를 남기는 것보다 어린이집이나 도서관 등 편의시설을 넣는 것이 낫다는 것이 오 시장 도시계획의 기본 방향이다.

최근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건축위원회 자문 심의에서는 노후 아파트 흔적을 남기는 박물관 계획보다 시민들이 유용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흔적 남기기의 폐지는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용적률 상향 등 사업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오래된 아파트 동을 남기는 것은 안전상에도 문제가 많았을뿐더러 도시 경관상에도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의 반대가 컸던 정책”이라며 “정비계획 수정을 통해 건축계획을 짠다면 더 많은 공급계획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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