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은 20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유치를 중단하고 출자 예정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안내했다. 지난 10일 주요 출자자에 시리즈B 라운드 클로징을 알리는 계약서를 송부했지만, 전날 리벨리온과의 합병 발표를 앞두고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사피온은 지난 4월 삼일PwC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20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유치를 진행해온 바 있다. 사피온은 지난해 7월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가 리드 투자자로 참여하고 GS 계열사, 대보정보통신, 하나금융그룹, 미래에셋벤처투자, 위벤처스, E1 등 팔로우온 투자자로 참여한 시리즈A 투자에서 총 600억원을 유치해 기업가치 50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SK텔레콤은 전날 리벨리온과 함께 사피온과 리벨리온의 합병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SI)인 KT도 합병에 동의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 간 대승적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본계약 체결 이전에 합병 발표가 먼저 나오면서 합병 비율이나 합병 법인의 사명 등이 구체화되지 않기도 했다.
현재 사피온 최대주주는 지분 62.5%를 보유한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합병 법인의 SI로 남아 협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3분기 출범할 합병 법인의 신임 대표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정해진 가운데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합병 발표와 동시에 사임했다.
양 사의 수뇌부는 수개월간 비밀리에 합병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의 C레벨 임원들도 합병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리벨리온에 투자한 기존 주주들 중에서도 사전에 합병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피온은 시리즈A에 참여한 기존 주주들에게 합병 사실을 미리 고지했다.
리벨리온이 진행하던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도 ‘올스톱’ 될 가능성이 커졌다. 리벨리온은 올해 초 165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8800억원을 인정받았고, 현재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사피온과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상장 작업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