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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3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정인양의 입양 사후관리 보고서를 보면 홀트 측은 “아동이 양모에게 안겨 스킨십을 하거나 상호작용 등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관찰되었다”고 적는 등 학대를 의심한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민간 주도 입양 절차가 미비하다며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일 “입양절차에 대한 관리·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입양 가정 조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입양 가정과 입양을 앞둔 예비가족들은 사건의 본질이 ‘입양가정의 문제’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오히려 건전한 입양이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입양을 준비 중인 예비입양자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죄를 지은 것 같고 마음이 힘들다”며 “‘내가 완벽하지 않은데 입양을 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위축이 되고 두려운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또 “정인이 양부모도 사회적 평판도 좋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는데 입양 절차를 강화하더라도 잠재적 학대성을 잡기는 힘들 것”이라며 “입양아 사후지원에는 동의하지만 입양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학대 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2007년도에 아이를 입양한 심은경(52)씨도 “이번 사건이 방송에 나온 이후 중학생인 아이의 친구들이 정인이 얘기를 하면서 ‘입양부모들은 다 나쁜가봐’, ‘입양된 애들은 불쌍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며 “사춘기인 아이가 저에게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움츠러들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심씨는 “정인이 사건은 입양가정에서 아이가 잘 자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입양가정이 다 그렇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마녀사냥”이라며 “정인이 사건 전에도 수많은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입양에 초점을 맞추는 건 잘못됐다. 모든 아동학대에 관련된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점검해야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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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절차의 공적 기능 강화는 이미 한 차례 이뤄진 바 있다. 2011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며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는 보유 재산 수준, 범죄경력 유무 등을 포함한 서류를 가정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은 입양기관의 가정조사 보고서를 검토해 입양 허가 결정을 내린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국장은 “특례법 개정 이후 입양 절차가 전보다 까다로워졌지만 정인이 사건은 입양 과정이 아닌 사후관리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게 확인되지 않았냐”며 “그런데 입양 과정까지 문제제기를 하면서 학대와 입양을 동일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양 절차보다는 학대 징후가 발견됐을 때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양부모에 의한 학대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입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아동학대 자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3만45건의 사례 중 양부와 양모에 의한 학대는 각각 58건과 36건으로, 합해서 전체의 0.3%에 불과했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 일명 ‘정인이법’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에는 경찰이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신고 의무자(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료인 등 24개 직군)의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즉시 수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국회의 발빠른 대처에도 실제 수사·조사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대처가 가능할 지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오 대표는 “현재 아동학대 사례 중 일주일 만에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80%가 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새로 법안을 쏟아낼 게 아니라 지자체별 아동복지심의위원회 등 기존 제도와 정책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