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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이데일리 황영민 기자]여주시의 부실한 재난대응 태세가 도마에 올랐다. 소방 대응1단계가 발령될 정도의 큰 불이 났음에도 소방당국의 세 차례에 걸친 재난문자 발송 요청을 묵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24일 소방당국과 여주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시 30분께 여주시 가남읍 가남면의 한 양계농장에서 발생한 불로 산란장 4개동이 전소하고 산란계 30여만 마리가 폐사했다.
당시 농장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8명은 화재 발생 이후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후 1시 39분께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는 화재 규모를 보고 1시 50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1단계는 관할서의 모든 소방력이 동원되는 단계로 현장에는 소방력 120명과 경력 4명 등 126명의 인원과 헬기 2대 등 41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현장 지휘부는 대응 1단계 발령 직후인 오후 1시 52분께 여주시 재난상황실에 재난문자 발송을 권고했으나 문자 발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오후 3시 14분께 초진 및 대응단계가 해제될 때까지 소방당국은 2차례에 걸쳐 여주시청에 재난문자 발송을 권고했으나 모두 묵살됐다.
최초 화재 발생 후 오후 4시 17분께 완진될 때까지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여주시민과 인근 목격자들의 신고는 쇄도했고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된 동일신고만 총 84건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서 화재 진압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인근에 농가가 밀집해 불길이 더 번질 우려가 있어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했으나 여주시처럼 세차례에 걸친 권고를 묵살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여주시 관계자는 “화재 장소가 주변에 딱히 번질만한 상황이 안 됐고, 저희가 봤을 때 연기가 옆으로 퍼지는게 아니라 위로 쭉 올라갔기에 굳이 여주시민 전체에게 알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또 재난문자를 보낼 경우 119뿐만 아니라 여주시청으로도 문의전화가 많이 오기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산란장 3동 쿨링패드 구조물 용접작업 중 실화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