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상표를 출원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여러 방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상표를 미리 등록하는 일은 특별할 것이 없단 입장이다.
다만 최근 쿠팡의 행보를 볼 때 아시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가 쇼핑 부문에서 힘을 싣고 있는 터라 일찌감치 새 시장을 찾을 수 있단 의견도 제기된다.
|
◇ 구반, 구방친구는 마케팅용 상표?
2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7월 29일 특허청에 구반(購伴)이란 상표를 출원했다. 한자 뿐 아니라 중국어 간체자를 사용한 상표도 함께 신청했다. 구반의 중국어 발음은 쿠팡과 유사하고 중국어로 ‘쇼핑 파트너’ 정도로 해석된다.
앞서 7월 27일에는 구방친구(口放親舊)란 상표의 상표등록출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구방친구란 입구(口)에 물건을 놓는(放) 친구라는 뜻으로 쿠팡친구를 한자식으로 풀어쓴 표현이다.
쿠팡은 기존 쿠팡맨(쿠팡이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 배달 사원) 명칭을 쿠팡친구로 변경하면서 서울 송파구청을 찾아 쿠팡맨(구방남·口放男)을 쿠팡친구(구방친구·口放親舊)로 개명 신청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한 바 있다.
쿠팡 관게자는 “구방친구는 쿠팡맨을 쿠팡친구로 바꾼 다음 미디어에서 바이럴 마케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출원한 상표”라며 “구반도 마케팅의 연장선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쿠팡 관계자 또한 “향후 어떤 사업에 진출할 지 몰라 관련 상표를 미리 출원해 놓는 건 일반적인 일”이라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외 진출 계획 등이 나온 것은 없다”라고 했다.
|
◇ 간체자 상표, 중국 진출 포석이란 시각
앞서 쿠팡은 지난 2015년 중국 현지 사이트를 개설하고 중국 상해 연구개발(R&D) 센터 기술 인력을 채용해 왔다. 당시 쿠팡은 글로벌 기술 인력을 선별하기 위한 조치일 뿐 별도로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간체자로 된 상표까지 출원했다는 건 중국 관련 사업을 할 진행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봤다. 무엇보다 쿠팡의 실질적인 ‘쩐주’라고 할 수 있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단순히 한국 시장만을 노리고 쿠팡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쿠팡이 싱가포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훅’(hooq)을 전격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쿠팡의 훅 인수는 아마존처럼 플랫폼 경쟁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현지 사정을 잘 아는 IT 인력도 함께 영입해 동남아시아 시장의 이해도도 높이고자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커머스 업계 투자 경험이 있는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한 까닭은 한국 시장을 넘어 일본, 중국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한국 온라인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수 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쏟아붓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
◇ 주요 관건은 네이버와의 관계
이미 소프트뱅크의 이커머스 장악 전략은 일본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일본 3위권 이커머스 업체인 야후재팬과 일본 최고의 메신저인 라인이 손을 잡은 것. IT업계에서는 미국,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에 한일 연합군이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협력은 한국에서도 유효할 수 있다. 네이버가 힘을 싣는 네이버 쇼핑과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쿠팡이 맞손을 잡을 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양사는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 직접적인 경쟁일 펼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쿠팡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크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물류 전문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한 뒤 배송까지 담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네이버는 중개플랫폼의 역할에 충실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양사의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네이버가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두고 이커머스 시장 석권을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네이버 유료멤버십의 경우 결제할 시 적립률이 7%에 달하는 것에 비해 쿠팡은 1%에 그쳐 네이버가 쇼핑 고객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이 네이버의 영향력이 부족한 중국, 동남아 시장 등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단 전망이 나 오는 이유다. 다만 단기간 내 중국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쿠팡만의 강점인 ‘빠른 배송’을 하기 위해선 현지에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현재 적자 기조를 이어가는 쿠팡과 일희일비를 거듭하는 소프트뱅크로서는 투자 여력이 제한된 탓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게자는 “쿠팡은 최근 나스닥 상장을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수익 창출 모델을 찾고 있다”라면서 “최근 시작한 로켓제휴 등 풀필먼트 서비스에 집중해 수익성 개선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