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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깜빡이' 켠 한은총재…기준금리 인상 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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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7.06.12 1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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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개선시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 필요성"
다섯번 금리 내린 이주열, 첫 긴축 가능성 발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켰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추후 통화정책의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처음 하면서다.

저성장 고착화로 인해 줄곧 인하됐던 기준금리가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은 채권금리 상승으로 반응하고 있다.

李총재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 검토”

이 총재는 12일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하게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그 가능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념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하고 빨라지면 그렇게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이 총재의 발언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도 전과 마찬가지로 “당분간은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는 했지만, 동시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색채가 훨씬 짙어졌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굳어지면서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해 왔고,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내려 왔다. 그러는 동안 한은은 ‘완화적 통화정책’ 메시지를 시장에 꾸준히 내비쳤다. 추가적인 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동결은 유지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날 이 총재의 언급은 추가 인상 쪽으로 보폭을 더 옮겨놓는, 기조적인 흐름의 변화 가능성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새로 나서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총재의 메시지가 반걸음 정도 나아가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李총재, 임기 중 한 차례는 인상할 듯”

이 총재가 조건으로 내건 경기 회복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오는 7월 수정경제전망 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입이 무거운’ 한은이 두달이나 앞두고 명시적인 방향을 제시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기 회복세가 공고하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1%(전기비)를 기록했다.

이 총재도 “우리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여전히 완만하지만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총재의 언급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코 앞에 두고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연준은 오는 13∼14일(현지시간)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1.0%에서 1.0∼1.25%로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의 금리 상단이 우리나라와 같아지는 것이다. 당장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미국 FOMC 회의가 있는 만큼 언급 시기를 일부러 정한 것 같다”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재료를 묻히게 하는 동시에 국내 기준금리의 보폭을 (긴축 쪽으로) 벌려보는 수준의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임기 중 금리를 한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임기 중 금리를 올리지 않은 한은 총재는 과거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금리 못 올린 총재’라는 역사적 평가를 피하려 할 것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를 시장도 일리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인사는 “이 총재가 임기 내에 한번은 꼭 올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새 정부의 정책과 보폭을 맞춰가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총재는 이번주 중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첫 회동이 예정돼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가 인상이 새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이 당장 인상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시장도 추가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음 움직임은 인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발언의 배경은 이해가 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외국인 순매도…채권시장 약세 폭 커져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론적인 수준” “예상 가능한 정도” 등의 관측이 나오지만, 시장금리의 상승 폭은 커지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5.7bp(1bp=0.01%포인트) 상승한 1.689%에 거래됐다. 10년물 금리도 2.6bp 올랐다.

국채선물시장도 약세다. 오전 11시50분 현재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13틱 내린 109.53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35틱 하락한 125.11에 거래 중이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내리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외국인은 ‘순매도 모드’다. 외국인은 현재 3년 국채선물과 10년 국채선물을 각각 6473계약, 2086계약 팔고 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이 총재의 언급에 지난주 국채선물을 대거 샀던 외국인이 차익 실현 차원에서 순매도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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